[시선뉴스 김지영 / 디자인 이정선 pro] 아즈마 히로키의 저서 『일반의지 2.0 루소, 프로이트, 구글』에 보면 빅데이터 속의 민주주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최종적으로 숙의도 없고 선거도 없는, 정국도 담합도 없는, 애당초 유권자들이 불필요한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데이터로 환원된 욕망의 집약만을 잠자코 행하는 ‘또 하나의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이 말은 즉, 토론과 선거 등의 과정이 생략된 민주주의를 뜻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깊이 생각하고 충분하게 의논하며 토론을 하는 과정이 불필요해지고 SNS에 올리는 글 하나, 구글링 하나로 모든 것을 알게 되는 민주주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 이와 유사한 방법을 선거운동의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 바로 유권자의 개인별 성향, 생활 패턴을 파악해 벌이는 맞춤선거운동 ‘나노 타기팅(nano-targeting)’이다. 

지난 2012년 미국 대선당시 대선후보로 출마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는 대선운동에 나노 타기팅을 적절히 사용했다. 

예를 들어,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엄마이면서 오바마 선거진영에 등록한 여성이 있다. 이 여성이 트위터에 유기농에 관한 내용을 올리면 오바마 선거캠프는 이 여성을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 여성에게 선거 관련 메시지를 전달할 때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정책을 미셸 오바마 여사의 상냥한 목소리로 전한다. 이뿐 아니라 인터넷 방문기록을 통해 이 여성의 단골 웹사이트에 유권자가 관심이 갈만한 정책을 그 유권자에게만 보이도록 설정하기도 한다.

이렇게 개인을 공략하는 나노타기팅이 가능해진 것은 빅데이터의 영향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사람들의 행동은 물론 위치정보와 SNS를 통해 생각과 의견까지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 선거캠프에서는 이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유권자들의 다양한 개인자료를 수집는데 이 수집 정보에는 이름, 나이, 주소, 신용카드 사용명세, 페이스북 개인기록,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 트위터 사용 내용 등이 있다. 

이처럼 나노 타기팅은 유권자의 개인정보를 정밀히 파악해 개개인에 맞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도 일고 있다. 유권자의 개인 취향을 바탕으로 유권자가 관심이 갈만한 공약만을 전달하는 선거운동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개인 식별이 가능한 수집된 정보들은 상업적으로 이용될 위험성도 커서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밖에 유권자 파악에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주장역시 이를 비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점에서 ‘나노타기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대선주자는 물론 유권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어 올바른 정책이 필요하다. 

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대권 주자들이 유권자의 한 표, 한 표를 얻기 위해 막바지 대선 공약을 펼치고 있는 지금, 나노타기팅이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얼마나 활용될지 또 그로인해 얼마나 영향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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