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 관계를 맺는 것을 결혼이라고 한다. 그런데 만약 사람이 아닌 유명 관광 명소인 에펠탑과 베를린 장벽에게도 아내가 있다면 어떻겠는가? 이게 무슨 소리인가 고개가 갸우뚱해질 것이다. 그런데 정말 에펠탑과 베를린 장벽과 결혼을 한 여성들이 있다.

에펠탑과 베를린 장벽과 결혼한 이 여성들은 ‘사물 기호증(objectum sexuality)’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물기호증이란 사물에 애정을 갖는 것을 넘어 성적 매력까지도 느끼는 현상을 뜻한다.

출처/픽사베이

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에리카는 에펠탑과 사랑에 빠져 에펠탑과 결혼식을 올렸고 남편이 된 에펠탑의 성을 따 '에리카 라 뚜르 에펠(Erika La Tour Eiffel)' 로 이름도 바꾸었다.

스웨덴에 살고 있는 '에이야 리타 베를린 마우어'는 어린 시절 TV를 통해 베를린 장벽의 모습올 본 뒤 사랑에 빠졌고 1979년 독일을 찾아 베를린 장벽과 결혼식을 올렸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변함없이 베를린 장벽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이 여성들 외에도 자동차와 결혼한 남성, 놀이기구와 사랑에 빠진 학생 등 사물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전 세계에 드물게 존재한다. 이 사람들은 어쩌다 감정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사물들과 사랑에 빠지게 된 걸까?

이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학자들은 사물 기호증은 정신적 질병이며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물기호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서로 주고받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행동이나 관심 분야 및 활동 분야가 한정되어 있는 ‘아스퍼거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유명 심리치료사는 사물기호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통제나 지배에 대한 욕구 때문에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인 사물과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말한다. 관계에 있어 자신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사물은 사람과 달리 상처를 주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가슴 아프게 하는 일도 없어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웃과의 소통이 줄어든 현대 사회의 외로움을 반영한 심리적·사회적 현상이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사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의 상황과 성향을 바꿀 생각이 없으며 만족한다고 말한다. 사물에게 무한한 사랑은 주지만 사물로부터 사랑은 받지 못하는 이들. 이렇게 반쪽짜리의 사랑을 하는 그들은 정말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사랑을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어떻게 보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 어려워 선택했을지도 모를 그들의 사랑. 그들이 인간관계를 맺으며 상처받았던 마음을 치료하고 사람과 함께 서로의 감정을 교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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