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여러분은 친구들과 함께 했던 기억에 남는 추억의 놀이가 무엇이 있나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얼음 땡’ ‘땅따먹기’ 등등 여러 가지가 떠오릅니다. 그 중에서 한정된 공간 속 술래의 눈을 가린 다음 박수를 쳐 술래를 유인하는 술래잡기 놀이 ‘장님 놀이’를 기억하시나요? (저에겐 장님 놀이였지만 지역마다 이름이 다를 수 있겠습니다.)

이 장님 놀이가 유럽에서는 ‘사랑의 게임’ 중 하나라고 합니다. 술래로 뽑힌 사람이 눈가리개를 하고 피해 다닌 사람을 더듬어 잡는 일은 ‘우연’과 ‘기회’의 연속이죠. 마치 사랑에 빠지는 일이 ‘기회’와 ‘우연’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게임 속에도 그런 의미가 있다는 것이죠.

또한 눈을 가리는 놀이 방법이 ‘눈 먼 사랑(Love is blind)’이라는 옛 구절과 의미가 상통한다하여 사랑의 게임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놀이가 주는 분방한 쾌락, 감각적 지각이 주는 아찔한 기분을 보여주는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까막잡기 놀이(Blindmand’s Bluff, 1748-52)입니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출처/위키미디아)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는 향수의 고장인 남프랑스 그라스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감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예술 화풍으로 일찍이 프랑스 궁정화가로 활동했죠. 1752년에 로마상을 받은 프라고나르는 이탈리아로 가서 위대한 이탈리아 거장들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그곳에서의 경험은 그의 작품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습니다.

화풍의 변화가 잦고 그림에 서명을 잘 남기지 않아 개인적 회화 양식의 발전 과정을 추적하기 쉽지 않지만 그는 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로코코 화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는 섬세한 회화로 여체의 곡선을 자주 묘사했는데요. 그러다보니 그의 작품을 보면 에로틱한 그림이 많습니다.

그림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까막잡기 놀이(Blindmand’s Bluff, 1748-52) (출처/위키미디아)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중심에 그려진 소녀는 띠를 묶어 눈이 보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부풀어 오른 듯 휘어지는 드레스 곡선과 유희하는 사람들의 자태에서 즐거움이 엿보이죠. 주변 배경조차 그들의 놀이에 함께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그림에서 보이는 밝고 천진난만한 분위기와 분명히 드러나는 희극적 요소는 프라고나르가 스승인 프랑수아 부셰에게 가르침을 받은 테크닉을 그대로 살린 것입니다. 

여인은 배경색인 초록색과 파란색과 대비하여 더욱 부각되는데요. 여인의 풍만한 자태와 앵두 같은 입술, 보조개가 파인 얼굴과 밝게 빛나는 분홍색 드레스까지 사랑스러움이 물씬 풍깁니다. 또한 왼쪽에 우뚝 서서 가지를 늘어뜨린 나무와 수풀은 움직이는 인물들의 동선을 제한하는 틀의 역할을 하죠.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이는 인물과 로맨틱한 배경 모두 전형적인 로코코 양식 예술임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프라고나르의 ‘까막잡기 놀이’는 에로틱하며 사랑을 사냥에 비유하듯 게임적인 요소가 강한 그림입니다. 실제로도 그림의 주제가 되는 까막잡기 놀이는 루이 13세 때 시녀들과 귀족영애들에게 퍼지기 시작하여 루이 14~15세 때에도 인기를 누린 놀이였다고 합니다. 

프랑스 귀족들에게 ‘사랑의 게임’으로 유명한 까막잡기 놀이. 낯간지럽긴 하지만 그림 속 주인공처럼 사랑하는 연인과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침 꽃비도 내리고 있으니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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