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하루에도 수백 수천개의 신곡이 쏟아지는 음반시장. 하나의 곡이 세대를 아우르며 불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임과 동시에 영광스러운 일이다. 91년 발표돼 ‘이별’ 대표 발라드로 사랑받는 <이별여행>. 그 주인공 가수 원미연이 무려 8년 만에 가요계에 발을 내딛었다. 그녀가 지르는 ‘소리’를 들어보자.

PART2. 가면을 벗어던지다

- 1년 전 복면가왕에 출연해서 큰 화제가 되었는데, 나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음...사실, 제 딸아이와 관련이 있어요. 제 딸은 어려서부터 제가 노래하는 모습을 쭉 봐왔어요. 콘서트부터 야외 행사, 심지어 클럽 행사 무대까지...제가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모습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가수 원미연이 엄청 유명한 가수인줄 알고 자랐죠. 아무래도 제 콘서트장이나 야외무대들은 환호성도 크고 하니까.

그런데 얘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친구들이 생기고 그렇게 성장하다 보니까. 자기 친구들은 아무도 가수 원미연을 모르는 걸 느낀 거죠. 그래서 하루는 저에게 물어보더라고요. “엄마 유명한 가수 맞아?” 그래서 이야기했죠. “그럼, 엄마 노래 ‘이별여행’ 얼마나 유명한데!” 그랬더니 “에이 그건 친구 엄마들만 알아!”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그때는 웃으면서 넘어갔지만, 음...스스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죠. 가수 원미연으로 소리 한번 질러보자고!

- 따님이 동기가 되었군요. 따님이 좋아하던 가요?

그때 제가 나간 방송분을 딸과 함께 봤어요. 딸은 그때 까지도 제가 복면가왕에 나간 사실을 모르고 있었죠. 그런데 한 소절을 듣더니 대뜸 “음...엄마 목소리 같은데” 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러더니 “목소리는 비슷한데...머리도 길고...엄마가 저기 나갔을 리가 없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스마일 가면을 쓰기도 했고 머리도 붙여서 평소와는 다르게 긴 머리였거든요. 그래서 저는 계속 시치미를 떼고 있었습니다.

아시겠지만...제가 그때 1라운드 탈랐을 해서 본의 아니게 금방 들통나긴 했습니다. 그래도 딸아이의 입가에 미소가 환하게 번지더라고요. 겉으로는 “에이 ~ 뭐야...엄마네!!!” 라고 말하는데, 뭐랄까 참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보여서 저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사진/MBC '복면가왕' 방송 캡처]

- 저도 아주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 복면가왕에 나간 소감은 어땠어요?

그때 저와 경쟁했던 가수가 요즘 아주 인기 있는 실력파 걸그룹 마마무의 ‘휘인’이었는데요. 휘인씨가 아주 가창력이 뛰어나더라고요. 한참 어린 후배를 상대로 1라운드 탈락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솔직히 좀 챙피하기도 했는데, 반면에 ‘그게 현재 내 위치구나’ 라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음...스스로 그런 인정을 하고 또 방청단의 평가를 받아들이면서 하나의 작극제가 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소리질러’라는 음반을 들고 나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당시 본 경연 곡보다 혼자 부르신 ‘김건모의 첫인상’이 인상적이었는데, 실제 애창곡 무엇인가요?

하하하. 음 저는 절대 제 노래를 노래방이나 사석에서 일단 부르지 않습니다. 음 ... 잘 부르는 노래는 요즘 노래를 즐겨 불러요. 알리, 거미 등 가슴에 확 와 닿는 후배들의 노래를 즐겨 부른답니다. 특히 알리의 ‘365일’을 정말 좋아해요.

- 어떤 스타일의 노래를 좋아하시는 거죠?

저는...왜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런 부류의 노래를 좋아해요. 처음부터 막 귀를 사로잡는 그런 노래보다는 잔잔하게 가슴에 와닿는 노래랄까요? 알리의 365일이 그렇더라고요.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잘 와 닿지 않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그 섬세한 감정이 저에게 탁 스미더라고요.

- 원미연씨가 노래부를 때 주안점을 두는 것도 그 부분이겠군요?

그렇죠. 제가 추구하는 음악도 그렇습니다. 자극적이기 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 대중에게 다가가는 노래, 정말 가랑비처럼 천천히 가슴을 적시는 노래.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 원미연씨 과거 인기 어땠는지, 자랑 좀 해주세요.

아...이런 쑥스러운 질문을 정말 하시는 군요. 음 요즘도 그렇지만 90년대에도 인기 가수라면 음악방송 MC, 라디오 DJ, 바쁜 스케줄 이 3박자가 따라오게 되죠. 저 역시 당시 최고의 인기 음악 방송이었던 ‘토토즐’MC를 맡기도 했고요. 또 참 많은 라디오의 DJ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꽉 찬 스케줄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을 지방을 왔다 갔다 했는지...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몸이 버텼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 이제 원미연씨 곧 또 바빠질 텐데, 따로 체력 관리를 하시나요?

어렸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런데, 그냥 일정이 바빠지면 몸이 그 스케줄에 맞게 변하는 것 같아요. 평소보다 조금자고 불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해도 신기하게 별다른 무리 없이 체력이 버텨주더라고요. 뭐 비결이라기보다는 적응력 빠른 체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이렇게 가수로서 인기를 얻고 현재까지도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무래도 타고나 음색일 텐데, 음색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하하하하 음..이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웃으실 겁니다. 제 목소리와 관련된 멋지고 낭만적인 것보다 현실 에피소드가 많은데, 그중 대표적인 게 제가 한참 활동을 안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말하면 많은 택시기사 분들이 뒤를 돌아보며 “어~ 맞죠?” 라고 해요. 그럼 저도 “네~ 맞아요”라고 하는데, 희한하게 목소리만 듣고도 택시기사 분들은 연배가 있으셔서 그런지 저를 잘 알아보시더라고요. 하하하 저는 제 목소리 관련한 에피소드하면 저는 택시 안에서 수도 없이 주고받았던 인사가 생각나네요. 이건 제 목소리 탓도 있지만, 제가 오랫동안 교통방송 DJ를 해서도 그런 것 같아요.

-원미연씨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번 ‘소리질러’를 계기로 꾸준히 음반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그렇게 더 이상 이별여행의 원미연이 아닌,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는 ‘가수 원미연’으로 요즘 세대에도 각인되고 싶어요. 그리고 사실 제가 콘서트를 하면 많은 곡이 있는 가수가 아니라 일정 시간은 다른 가수들 노래로 꾸미게 되거든요. 꾸준히 음반을 내고 활동해서 이제는 저만의 노래로 콘서트를 풍성하게 채우고 싶습니다.

-시선뉴스 독자 여러분께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여러분 가수 원미연입니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우리가 현실을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를 잊고 살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내면에 소리한 번 시원하게 질러 보세요. “야 원미연~!!너 살아있지~~?”이렇게 말이에요. 그렇게 자신이 주체가 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요 우리 모두~. 그럼 봄철 건강관리 유의하시고, 가수 원미연 많이 사랑해주세요~! 모두 행복하세요~!

이상 8년 만에 컴백한 가수 원미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히트곡이 너무 강해 어쩌면 ‘이별여행’의 그늘에 사라왔을 그녀의 용기 있는 도전이 인터뷰 내내 반갑고 또 굉장히 멋있게 느껴졌다. 그런 이유에서 8년만의 이별 노래가 아닌 자아에 대한 이야기 ‘소리질러’로 컴백한 그녀의 선택이 탁월해 보이기도 했다. 가수 원미연이 가랑비처럼 대중에 감성을 천천히 흠뻑 적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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