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기자/ 디자인 이정선 pro] 뉴질랜드의 원주민 ‘마오리족’이 신성시하는 북섬의 ‘황거누이강’. 지난달 15일 뉴질랜드가 전통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세계 최초로 강에 ‘인간의 지위’를 부여, 이로써 황거누이강은 인간과 동등한 법적 권리와 책임을 갖게 되었다. 즉 앞으로 누군가가 ‘황거누이강’을 해하거나 더럽히면 사람에게 한 것과 똑같이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뉴질랜드의 국민으로서 다양한 권리를 누리게 된다.

황거누이강이 받게 되는 대우를 살펴보면, 먼저 공익신탁이나 사단법인과 비슷하게 취급되고 마오리족이 임명한 대표자 1명과 정부가 임명한 대리인 1명이 신탁 관리자가 돼 강의 권익을 대변하게 된다. 또한 정부는 법안에 따라 마오리족에 8000만뉴질랜드달러(약 636억원) 보상하고, 강을 보존하기 위해 3000만 뉴질랜드 달러를 투입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강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만드는 데 100만 뉴질랜드 달러 상당의 기금 조성하게 된다.

도대체 황거누이강이 어떤 강이길래, 뉴질랜드는 이러한 인간처럼 권익을 부여하고 보호하는 것일까?

뉴질랜드에서 세 번째로 긴 황거누이강. 원주민들은 최소 600년 전부터 이 강 주변에 터를 잡아 살아왔다. 마오리족은 삶의 터전인 황거누이강을 가리켜 ‘코 아우 테 아우아, 코 테 아우아 코 아우’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는 ‘나는 강, 강은 나’라는 뜻이다.

마오리족은 이 강을 지키기 위해 오랜 세월 애를 써 왔다. 마오리족이 황거누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법적 보호를 확보하기 위해 싸운 세월은 무려 160년이나 되었고, 본격적인 마오리족과 정부의 협상은 2009년 시작돼 2014년에 타결되었다. 법안이 통과되자 원주민들은 기쁨에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거누이강에 인간지위가 부여된 것은 곧 마오리족이 뉴질랜드에서 갖는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의를 지니기도 한다. 뉴질랜드는 470만 인구 중 15%가 마오리족이다. 마오리족 공동체의 교육수준이나 소득은 전체 평균보다 낮은 편이지만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무시할 수 는 이유다. 그런 일환으로 원주민들은 뉴질랜드 의회가 생긴 지 13년 만인 1867년부터 자체 선거구를 만들고 의정에 참여했다.

이렇듯 법안은 황거누이강과 마오리족의 깊은 영적 유대를 반영하고 강의 미래를 위해 인간의 지위를 부여했다. 이를 계기로 인도인들이 신성시하는 ‘갠지스강’ 역시 황거누이강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간과 같은 대우를 받는 강이 되었다. 

강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인간의 지위를 부여받은 강들. 비록 진짜 인간은 아니지만 그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고 최대한 지키고 아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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