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1990년 <장군의 아들>에서는 스턴트맨으로, <태양은 없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에서는 무술 감독으로, <바람의 파이터>, <짝패>에서는 액션 배우로. 액션의 현장에는 그가 빠지지 않았다. 그는 쇄골에 12개의 볼트가 박혀있을 만큼 액션 하나만을 바라보며 고군분투하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액션 영화계를 지켜왔다. 하지만 아직도 더 좋은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 바로 무술 감독 정두홍이다.

출처 / 영화 <타임리스> 스틸컷

어릴 적 그의 꿈은 영화배우였다. 조용한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가끔 동네 극장이나 TV에서 액션 스타를 볼 때면 그 어느 때보다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액션 배우에 대해 동경하던 소년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태권도를 배우면서 체육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을 했고, 시범단에 선발돼 학창 시절 대부분을 해외에서 태권도를 알리며 보냈다. 

출처 / 영화 <장군의 아들> 포스터

그가 영화계에 발을 디딘 것은 군 복무 이후 한 선배를 따라 우연히 충무로를 가게 된 이후부터다.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그였지만, 현장에서 스턴트맨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비참한 대우 들을 본 그는 충격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일을 그만 둔 것이 아니라 ‘이런 환경을 바꿔야겠다.’라는 오기가 생겨났고, 그때부터 스턴트맨의 길을 걷게 된다. 그렇게 스턴트맨이 된 그가 처음으로 맡은 작품은 <장군의 아들>이었다. 정두홍은 김동호의 스턴트를 맡았는데 이 날 촬영은 스태프들이 기립박수를 칠만큼 완벽했고, 그의 액션이 인정을 받는 첫 발판이 됐다.

출처 / 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 프로모션

이 이후로도 정두홍은 액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감독들과 만나 인연을 쌓아갔다. 특히 김지운 감독과의 <달콤한 인생>에서 찍은 액션신은 외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만큼 결과를 얻었고, <짝패>에 함께 출연한 류승완 감독과의 만남은 정두홍 감독이 한국적 액션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 본인이 이런 감독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극단적인 행운이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들과의 만남은 정두홍의 액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출처 / 영화 <내츄럴 시티> 스틸컷

그의 액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존재가 있다. 바로 ‘서울 액션 스쿨’이다. 서울 액션 스쿨은 스턴트맨들과 함께 액션에 대해 고민하고 땀을 흘리는 그런 공간이다. 하지만 정두홍에게 이곳은 희망과 열정만이 가득한 곳은 아니다. 그는 스턴트 판을 바꾸겠다며 이 일을 시작했지만, 서울 액션 스쿨에서 함께하는 스턴트맨들의 처우가 열악한 것을 보면서 이 공간이 무거운 짐으로 여기지기도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출처 / 영화 <바람의 파이터> 스틸컷

이제는 어엿한 액션계의 대부가 된 정두홍. 하지만 그는 아직도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있다. 액션 실력이 좋은 영화배우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라이징 액션 스타’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마흔 살이 넘은 나이에 프로 권투 선수에 도전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또 <007 카지노 로얄>, <본 슈프리머시> 등의 영화를 이야기하며 아직도 도전해보고 싶은 액션이 많다고 이야기 한다.

출처 / 영화 <짝패> 스틸컷

그는 액션을 하겠다는 사람이 꼭 갖춰야 할 덕목으로 ‘사명감’을 꼽았다. 심신이 힘든 스턴트판이 아닌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그런 사명감 말이다. 그리고 그는 본인은 스턴트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부담감과 책임감을 더욱더 느끼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액션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넘치는 정두홍, 그가 앞으로 선보일 액션과 스턴트맨들을 위한 노력이 우리 액션 영화계에 얼마나 큰 발전을 불러 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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