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디자인 최지민pro]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고 탈출한 선장에게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무기징역이 선고되기 전까지 1심에서는 선장이 승객들이 사망해도 좋다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2심에서는 퇴선에 수반하는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이외에 3등 항해사와 조타수·기관사 등 나머지 승무원 11명은 처음 5년~30년형에서 감형되어 징역 1년 6월~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 판결에 대해 국민들은 살인죄가 왜 판결이 되지 않았는지 나머지 승무원들은 왜 감형을 받았는지 국민적 정서로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심지어 이런 판결을 내린 법의 무능함에 화를 낸다. 하지만 법원의 입장에서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의 확신이 들어야만 그에 응당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란 특정화된 감이나 불특정한 의심이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실에 기반한 의심을 말한다. 같은 증거라도 판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증거를 통해 사실 관계를 확정하는 것을 증명이라고 하는데, 가장 좋은 증거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증거이다. 

다시말해 합리적 의심은 모든 가능한 의심,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닌 논리와 경험에 입각해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한다. 즉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해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근거를 두어야 하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어떤 사건을 보았을 때 ‘이러이러한 것이 올바른 결론이다’라고 느끼는 국민의 일반 감정과 실제 법원의 판결과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더 많은 형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합리적 의심 때문에 그렇지 못하게 될 경우들을 보며 사람들은 합리적 의심이 법 원칙에서 왜 필요한가 의아해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합리적 의심과 같은 사법원칙은 설사 진범을 풀어주는 한이 있어도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에서 나왔다. 국민들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로 처벌받는 것을 막기 위해 형사소송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될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국 일부분만 법적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즉,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확신이 들면 유죄, 그에 미치지 못하면 무죄가 선고된다. 지금도 국민의 법감정과 다른 수많은 판결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합리적 의심으로 인해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사람들이 풀려나고 있다. 이 원칙에 대한 법적 오류들을 밝혀내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그 전에 두 가지 경우가 공존 될 수밖에 없는 이 원칙을 사법체계의 본질에서 비롯된 한계로 우선 인식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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