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유럽 역사의 시작이 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올림포스 12신의 이야기를 다룬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당대 유럽의 문학이나 예술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중 미의 여신인 비너스(그리스 신화에서 아프로디테)는 미술사에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자주 활용 됐었죠.

비너스의 탄생 신화 알고 계시나요?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자신의 자식들을 죽이자 그의 부인인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자신의 아들인 크로노스에게 복수를 부탁하죠. 이에 크로노스는 아버지의 생식기를 잘라 바다에 버리는데 그 주위에 물거품이 모이고 그 거품 속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처녀가 ‘비너스’인 것입니다.

보티첼리가 그린 작품 속 ‘비너스의 탄생 (The Birth of Venus, 1484-86)’은 탄생 신화의 이야기를 담은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Homeros)의 시에서 묘사한 탄생 이후에 키테라 섬에 도착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입니다. 

비너스의 탄생 (The Birth of Venus, 1484-86) (출처/픽사베이)

그림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화면의 왼쪽에서는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봄의 님프인 클로리스 혹은 산들바람의 의인화인 아우라에게 안긴 채 바람을 불어 비너스를 해변으로 밀어 보내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제피로스는 봄의 전령이자 ‘씨앗을 자라게 하는 신’이죠, 클로리스는 축복 받은 자들의 섬에 사는 요정이었지만 제피로스의 청혼을 받아 꽃과 번영의 여신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둘의 주변에 봄을 상징하는 꽃들이 날리고 있습니다.

화면의 오른쪽을 보면 비너스를 맞이하는 인물, 계절의 여신 호라이가 그녀를 위해 옷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옷의 무늬를 보면 데이지와 수레 국화 등 봄꽃들로 장식되어 있죠. 그리고 이 무늬에 숨겨진 진실 중 하나! 이 옷감의 무늬는 보티첼리의 후원자였던 메디치 가문의 상징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 그림이 메디치 가문의 요청에 의해 그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비너스는 잠에서 갓 깨어난 듯 한 모습과 나체를 감추려 애쓰는 동작을 통해 신비로운 미의 여신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작품 속 비너스의 얼굴은 조각상들의 딱딱하고 정형화된 얼굴과는 다르게 생기가 느껴지며 미술사상 가장 아름다운 얼굴로 상징됩니다. 당시 피렌체 최고 미인이었던 시모네타를 모델 삼아 더욱 생생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비너스의 무표정한 얼굴과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왼손과 머리카락으로 아랫부분을 살포시 가리고 있는 자세는 고대의 아프로디테 조각상에서 유래한 포즈로 ‘순결하고 정숙한 비너스’를 뜻합니다.

산드로 보티첼리 Sandro Botticelli (출처/위키미디아)

주로 종교화를 그린 보티첼리지만 이교인 그리스 신화의 매력에 빠져 그린 그림들 ‘봄’ ‘비너스의 탄생’ 등이 인정받았습니다. 훗날 신비로운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는 데 더욱 심취한 보티첼리는 단테의 신곡에 들어갈 삽화를 그리기도 했죠. 

보티첼리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과 섬세함 세부 묘사, 그리고 우아하고 기품있는 여성상이 그려진 비너스의 탄생. 오늘은 비너스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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