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최근 보이스 피싱으로 인한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당국은 피해를 방지하고 구제하기 위한 방편 마련에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편을 마련하는 데 있어 여러 어려움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금융 거래 시 보안 단계를 강화하면 그 번거로움을 일반 국민들도 감수해야 하거나, 반대로 빠른 피해 구제를 위해 절차를 간소화 하면 자칫 범죄에 악용 될 수 있다.

최근 후자의 경우처럼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방편이 또 다른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어 금융사기 근절에 장애가 되고 있다. 지난 21일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사기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수사기관과 적극 협력해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제도를 악용한 허위신고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금융감독원은 이렇게 밝히며,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언급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피의자 A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상대로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처럼 신고해, 이를 빌미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에 돈을 갈취하는 수법을 이용해 경악케 했다.

자세한 내막은 이렇다. A씨는 한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에 들어가 운영자 B씨의 계좌번호를 확인하고 그 계좌로 5만원을 보냈다. 그리고는 은행에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며 전화로 계좌 지급정지 신청을 했다. 애초에 불법 사이트임을 노린 A씨는 B씨에게 “지급정지를 취소시켜 줄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B씨는 불법 사이트 운영자이다 보니 경찰에 신고하기가 어려웠고 어쩔 수 없이 A씨에게 돈을 주고 지급정지를 풀어야 했다. 이렇게 범법자를 노린 A씨는 같은 수법으로 12명에게 약 1000만원을 뜯어냈다.

A씨는 금감원이 실제 금융사기 피해자를 위해 구축한 ‘보이스피싱 피해금 환급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이 제도는 보이스 피싱 피해의 경우 순간의 차이로 피해금이 용의자에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전화를 이용한 빠르고 간소화 된 조치로 지급 정지를 하고 피해자가 돌려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즉 재빠른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조치인데 이것이 악용된 것이다.

이렇게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아닌데도 소액을 입금한 후 지급정지를 신청하고, 계좌 주인에게 지급정지를 취소하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사례는 이번 사건이 전부가 아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4~2016년 보이스피싱 피해를 이유로 전화로 지급정지를 신청한 6922개 계좌 중 무려 6200개 계좌는 합의금을 받고 지급정지를 취소시킨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기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간소화 시킨 제도와 불법 사이트 운영자의 처지를 악용한 신종 범죄.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이러한 피해를 당할 일이 없지만, 이는 금융사기 피해를 근절을 막는 커다란 장애가 된다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그리고 금융피해 방지를 위한 당국의 전체적인 방편 마련에도 커다란 장애가 된다.

이 같은 보이스피싱 허위 신고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적 피해뿐 아니라 금융 질서 확립에 커다란 장애가 되기 때문에 향후 금융거래시 불이익을 받는 ‘금융질서 문란 행위자’ 등록까지 검토되고 있다. 자신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으로 착각할지 모르지만, 범죄는 반드시 발각된다. 순간의 욕심으로 평생을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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