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디자인 이연선 pro] 2017년 간호사 국가시험에서 남자 합격자 비율이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1962년 국내 1호 남자 간호사가 배출된 뒤 지난해까지 모두 1만 542명이 배출됐다.

우리나라에서 남자간호사는 1936년 서울위생병원 간호원 양성소에서 처음 배출된 이후 1961년까지 22명의 남자 간호사가 양성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성만이 면허를 받을 수 있어 간호사로 인정받지 못하다, 1962년 조상문 씨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남자간호사 면허를 받았다.

미스터 나이팅게일 두 자릿수 시대, 현장에서 남자간호사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남자 1호 간호사 김선직 씨.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시작해 지금은 13년차 어엿한 신경외과 전담간호사다.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하여 신경외과 의료진들과 1시간 정도의 컨퍼런스 회의로 일과를 시작한다. 김선직 간호사는 주로 혈관조영실 업무와 신경외과 수술 환자들의 병동관리, 외래환자들까지 신경외과 업무를 전반적으로 담당한다.

그가 처음 입사할 당시만 해도 남자 간호사 동기는 자신을 포함해 2명. 그러나 그 한 명도 국가고시를 합격하지 못해 최종 입사를 하지 못했다. 그렇게 홀로 남자 간호사로서 입사한 김선직 간호사는 중환자실을 지원했지만 이전에 남자 간호사 경험과 선입견이 있던 중환자실 간호사실에선 김선직 간호사의 배정을 꺼렸다고. 그러나 끈질긴 지원 때문에 결국 중환자실에서 일하게 됐다.

보통 여자들보다 체력 좋은 남자들도 힘들어하는 3교대 근무. 3교대 근무만큼 힘들었던 것은 남자 간호사로서 여자 간호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남자 간호사가 흔한 시대가 아니었기에 김선직씨가 동료 간호사를 대하는 것도, 동료 간호사들이 김선직씨를 대하는 것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또한 당시만 해도 환자들 또한 남자 간호사에 대한 편견이 ‘무식하다’ ‘힘만 쎄다’ ‘세심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편견에 의해 주사를 맞는 것도 거부하는 환자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남자 간호사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진 편이라 한다.

그렇게 13년째 간호일을 하고 있는 김선직 간호사는 요즘 피부로 남자 간호사들이 부쩍 늘어난 것을 느낀다. 2011년까지만 해도 병원에 총 9명이었던 남자 간호사가 2015년에 신규로만 9명, 2016년에는 7명이 들어와 2년 만에 16명으로 늘어난 것. 현재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에는 남자 간호사가 총 27명이다.

남자 간호사들은 보통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 등 특수파트에서 주로 일을 한다. 환자들이 가장 크게 갖고 있는 선입견 중 하나는 ‘간호사는 여자다’라는 것. 그렇기에 남자가 간호사라고 하면 어색함을 표현한다고 한다. 때문에 환자들과 자주 마주치는 외래나 병동 대신 접점이 적은 특수파트에 주로 배치가 되곤 한다.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비뇨기과 9년차 김동현 간호사. 비뇨기과 전반에서 일하지만 그의 특별한 점은 바로 수술실 간호사라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수술실 간호사가 갖춰야 할 면모는 바로 수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수술하는 교수와의 협업 정신, 세심한 배려심이라고 전했다.

김동현 간호사는 자신이 남자 간호사라 비뇨기과를 찾아 온 남성 환자들이 더욱 의지한다고 전했다. 같은 남성이기에 걱정하는 부분들에 대해 이모션 케어를 더욱 공감 있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김선직 간호사와 김동현 간호사에게 남자 간호사라서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입을 모아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었다. 남자 간호사라서 힘든 것이 아니라 ‘간호사’라서 힘든 점이 더 많다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병원에서 의사와 환자, 보호자는 갑, 간호사는 을이라는 개념 때문에 겪는 애로사항들이 많다고 했다. 남자가 아닌, 의사와 함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직으로 생각하는 것. 병원에서 이뤄지는 의료 서비스들이 의사 혼자서 이뤄지는 일들이 아닌 각각의 파트에서 서포트가 잘 되어야 최적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음을 기억해달라는 것이었다.

남자 간호사 10% 시대. 남성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간호사라는 직업에 이제는 남성 간호사도 어색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여성의 힘에는 부칠 수 있는 일들도 척척 해내는 남성 간호사들. 이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취재 협조 :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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