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술을 마신 다음날 내가 어제 무엇을 했는지 전혀 기억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집은 어떻게 들어왔는지, 술 마시고 실수한 것은 없는지, 기억나지 않는 머리를 부여잡고 생각을 짜낸 경험이 있는가. 흔히 이때 우리는 ‘필름이 끊겼다’라고 말하는데 의학용어로는 이 현상을 ‘블랙아웃’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 ‘블랙아웃’은 과음으로 인한 기억상실 현상을 뜻한다.

블랙아웃의 원인은 지나친 음주로 기억의 입력과 출력을 관장하는 뇌의 해마가 마비되면서 기억을 저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성인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이 블랙아웃을 종종 겪고 있다는 것이며, 심지어 여기서 파생된 ‘블랙아웃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블랙아웃 범죄란 블랙아웃 상태에서 폭행, 강도, 성폭행,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술을 마신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난 뒤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근처에서 20대 여성 두 명을 돌로 내리친 한 남성이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되었다. 경찰이 범행 당시의 영상을 보여주자 이 남성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은 내가 맞는데 왜 저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진술했다. 또한 이 남성은 경찰에게 긴급 체포될 때까지도 자신의 범행을 알지 못했다. 수사 참고용인 거짓말탐지기에서도 이 남성의 진술은 거짓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 자신이 한 범죄 행동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경찰은 묻지마 범죄가 아닌 블랙아웃 범죄인 것으로 판단했다.

이처럼 블랙아웃 범죄자들은 평소 의지와 상관없이 술에 취해 극단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알코올 과다섭취로 감정 조절 기능을 잃으면서 폭력 성향이 드러나는 것이다. 블랙아웃 범죄는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범죄이지만 예상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사회당국이 범죄예방 노력과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질렀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 개인 스스로도 자기가 모르는 사이 범죄자가 되고 싶지 않다면 블랙아웃현상을 겪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블랙아웃 예방법은 먼저 술을 마시기 전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것이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바로 위에서 흡수되어 간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또 술을 급히, 빨리 마시는 경우 혈중 알코올 농도를 높이고 중추신경과 호흡중추를 마비시키기 때문에 천천히 마시고 과음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술을 마시는 것을 자제하고 한 번 술을 마셨다면 다음 술자리를 갖기까지 3~4일 간격을 두고 쉬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지나친 음주는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블랙아웃 현상이 계속된다면 범죄의 위험 뿐 아니라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평소에도 판단 능력·충동 조절 능력·기억력 저하를 일으키기 쉬우며 심할 경우 알코올성 치매나 뇌 질환으로도 이어진다. 그러니 과거 음주로 문제가 있었고, 평소 블랙아웃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면 건강을 지키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병원을 찾아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마시고 싶지 않은 술을 강요당한 경험이 누구나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최근 1인 문화의 영향으로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자신이 원하는 만큼 느긋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술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의 요구가 반영된 문화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독 술에 관대하다. 그러나 이는 결국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도 위험에 빠뜨리는 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하다. 블랙아웃범죄를 막고 사회의 평안을 위해 술을 강요하지 않고 또 스스로도 몸에 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마시는 건전한 술 문화가 성립되어야 한다. 술이 범죄로 변하는 것이 아닌 함께 즐기는 즐거운 자리에서 곁들일 수 있는 음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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