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정선 pro] “모서리에 앉지 마라”, “문지방을 밟지 마라”, “밤에 손톱을 깍지마라”

대부분 미신으로 여겨지는 이야기들. 미신인 만큼 신뢰를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밥상 모서리에 앉는 사람이 있을 때, 문지방을 밟고 있는 사람을 봤을 때, 밤에 손톱을 깎을 때, 은근히 신경 쓰이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누구에게 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말들이 떠오르는 상황. 이는 바로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 때문이다.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는 정보의 지속성과 관련해 나타나는 수용자들의 태도 변화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신뢰성이 낮은 출처의 정보에 대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믿게 되는 것, 반대로 신뢰성이 높은 출처의 정보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잘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수면자 효과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정보에 대한 출처와 전달자가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면자 효과는 실험에서도 밝혀졌다. 예일대학교에서 진행된 ‘정보 출처의 신뢰성이 수용자의 태도 및 의견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신빙성이 높은 출처의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설득력이 10.4% 감소 한 반면, 신빙성이 낮은 출처의 정보의 설득력은 오히려 7.4% 증가했다는 점이 수면자 효과의 설득력을 뒷받침 한다.

그렇다면 수면자 효과의 원인은 무엇일까? 수면자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분리’와 ‘망각’ 두 가지가 거론된다. 이 두 가지를 공통의 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한 회사에서 회의 진행 중에 한 인턴이 어떠한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묵살했다. 그리고 1년 뒤 같은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그 상사는 1년 전 묵살한 인턴의 의견을 엄청나게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제안하게 되었다.

이는 수면자 효과의 대표적인 상황이다. 이때 상사는 해당 정보와 정보의 출처가 분리되었기 때문에 수면자 효과가 발생했을 수 있고, 혹은 인간의 기억은 정보의 내용보다 그 출처를 더 빨리 망각하는 특성 때문에 수면자 효과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 이처럼 수면자 효과의 원인은 정보와 출처의 분리, 출처의 망각 이 두 가지가 거론된다.  

이러한 수면자 효과는 실생활에 의도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광고/ 홍보 수단에 적용되는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광고 또는 정치인들의 선거운동이 그 예이다. 이때 수면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한 모험을 하기도 하는데, 브랜드와 함께 충격적인 문구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당장은 해당 브랜드가 반감을 사거나 또는 신뢰를 잃게 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해당 브랜드가 충격을 주었다는 점만 대중은 기억하게 된다. 이는 앞서 수면자 효과의 원인이 그렇듯, 브랜드만 남고 충격적인 문구는 분리 또는 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자칫 영원히 낙인이 찍히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여성 비하 발언의 문구, 욕설과 비슷한 문구, 성적인 문구 등을 섞은 광고가 수면자 효과를 이용해 자신의 브랜드를 대중의 기억에 남기려는 수법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외 연예인, 정치인들의 노이즈 마케팅 역시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정보와 출처에 대한 수용자의 태도 변화를 일컫는 ‘수면자 효과’. 수면자 효과는 많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오해와 논란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보 수용자에 대해 ‘언젠간 잊을 거야’라는 방식의 접근으로 수면자 효과를 이용한 다면 영원히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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