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디자인 이정선 pro] ※본 기사는 청소년들에게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고 시선뉴스를 구독하는 구독자들에게 한국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되는 기획기사입니다. 본 기사는 사실적인 정보만 제공하며 주관적이거나 아직 사실로 판명되지 않은 사건의 정보 등에 대해서는 작성하지 않는 것(혹은 해당 사실을 정확히 명시)을 원칙으로 합니다※
 
조선 후기, 거듭된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각종 사화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왕의 인척 등 소수의 양반들만이 권력을 장악하여 대다수의 양반들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들 중 양반으로서 체통을 지킬 만큼의 재력이 있는 사람들을 향반이라 불렀고 재력이 없이 양반이라는 신분만 남아 있는 자들을 잔반이라 불렀다.

잔반은 비록 신분은 남아 있으나 재력이 없었고 무엇보다 농민 같은 생산력 자체가 없어 생계 자체에 위협을 받고 있었다. 때문에 이들도 어떻게든 경제활동을 해야 했기에 자신이 가진 지식을 가지고 서당을 운영하거나 농사를 짓는 등 일반 농민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해야 했다. 특히 잔반들은 부농의 밑에서 소작농으로 일을 해 신분상 역할의 역전이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들처럼 당장의 생계가 어려워 농사를 짓는 잔반도 있었지만 자신의 특기를 살려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활동을 하기도 했다. 소설의 경우에는 조선 후기의 소설 특징 상 조선과 양반을 비판하는 글이 많았기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림의 경우에는 그런 부분이 덜하였기 때문에 인왕제색도를 그린 겸재 정선 등 많은 양반 작가들이 유명세를 탈 수 있었다.
 
또한 몰락한 양반들은 과거에는 신분에 맞지 않아 하지 않았던 상업이나 제조업 등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일들에 모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재력이 있는 양반들은 체통을 지키지 못한다고 업신여겼으며 신분이 낮은 자들은 양반의 꼴이 우습다며 비웃는 등 양쪽으로 욕을 먹기가 일쑤였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됐던 잔반은 경제활동에 전혀 관심도 없고 양반으로서의 자존심만 남아 글만 읽고 하루하루를 지내는 무능한 양반이었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인 ‘허생전’의 주인공 허생이 바로 그 부류의 한 명이었으며 아내의 바가지를 견디지 못하고 돈을 벌러 나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런 무능한 양반들은 굶어 죽을 때까지 자존심을 지키는 부류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현실과 타협한다는 것이 부를 쌓은 농민에게 족보, 즉 양반 신분을 팔아 조선후기의 신분체제를 무너뜨리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조선 초기에는 명분을 통해 절대적인 권력과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던 양반들. 하지만 후기에 이르러서는 누구나 돈만 있으면 양반이 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양반들이 다른 신분들 위에 군림하며 체통만 지키려 했던 모습은 조롱의 대상거리가 되었고 양반들은 이런 흐름을 다시 되돌릴 수 있는 힘을 점점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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