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 감독 김두헌!
자기가 제작한 영화 직접 홍보하는 감독 김두헌!
얼굴은 무섭게 생겼지만 귀여운 감독 김두헌!

김두헌 그는 어떤 삶을 겪고 감독이라는 자리에 서 있을까.


▲ 이번 땅콩인터뷰에서는 자기 연애사를 영화에 넣고 싶다는 독특한 감독 김두헌을 만나본다.


[시선뉴스 박지수PD]

PD : 안녕하세요. 땅콩인터뷰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두헌 : 안녕하세요. 이런 소개는 어색한데요 그냥 영화 만들고 있는 42살 노총각 김두헌입니다.

PD : 헉! NO총각 이세요?
김두헌 : 앞에 노짜는 붙이고 싶지는 않아요! 근데 남들이 계속 노총각이라고 부르니까 인정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어요. 하하하

PD : 하하 네 노총각, 김두헌감독님이시죠?
김두헌 : 네 얼마 전에 키스라는 작품을 마치고 본격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러브씬’이라는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하 지금 후반작업 중인데 편집 한 걸 보니 별로 안 야한 것 같아요. 하하하

PD : 감독님이 너무 많이 봐서 안 야한거 아닌가요? 하하하 앞서 저희 땅콩인터뷰에서 인터뷰 했던 배우 정우준씨랑 같이 작업 하신 ‘키스’ 이 작품도 청소년 관람불가 아닌가요?
김두헌 : 맞아요. 하하하하 ‘키스’는 정말 제 조카가 봐도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든 영화인데 덜컥 19세 영화 판정을 받았죠.

PD : 조카 나이가 어떻게...?
김두헌 : 이제 중학교 들어갔어요. 헤헤헤헤헤
PD : 요새 빠르다고 하지만... 나쁜 삼촌이시네요. 하하하

▲ 제 영화를 모른다고요?

PD : 직접 영화를 홍보하는 감독님으로 유명하시더라고요.
김두헌 : 아.. 혹시 보셨나요? 하하하하

PD : 머리에 그림 그리시고.. 하하하 깜짝 놀랐습니다.
김두헌 : 그게.. 저희 영화가 저예산 독립영화라서 영화에서 대해서 관심있으신 분 말고는 잘 모르세요. 그래서 '내가 광대가 되서 홍보를 하자!' 이런 생각을 하게됐죠. 마침 또 제 머리가 삭발이니까 영화 제목인 ‘키스’를 제 머리에 그려 넣고 명동,코엑스,홍대,대구 동성로에 포스터를 들고나가 홍보를 하기 시작했죠. 하하하 그렇다고 제가 바로 매표행위로 이어지는 그런 호객행위를 하러나간 건 절대 아니고요. 제가 머리에 그림그렸다고 누가 영화를 보겠어요. 하하하하 그냥 이런 영화가 있다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

PD : 맞아요. 몇 달동안 고생해서 만든 영화가 그냥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지나친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플 것 같네요.
김두헌 : 그렇죠. 일 년에 한국에서 제작되는 영화만도 정말 많은데 사람들이 알고 있는 영화는 많이 없어요. 영화를 하고 싶어하는 감독, 프로듀서, 연기자들은 정말 많은데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아요.

PD : 감독님도 많이 힘드셨겠어요.
김두헌 : 당연히 힘들죠. 지금도 힘들어요. 하하하하하 제가 하는 일이 강제적이라며 못했겠지만,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좋아서 하는 일인데 누굴 탓하겠어요. 하하

PD : 저도 일이 힘든데,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저도 탓할 사람이 없어요. 하하하하 근데 그렇게 힘든데도 왜 영화를 계속 하고 계세요?
김두헌 : 나이를 먹고 돌이켜보니 영화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가 2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영화가 좋아요. 하하하 너무 당연한건가요? 그리고 두 번째 이유가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같이 만든 사람들이 좋아요.

▲ 영화는 저에게 판타지 같은 신세계였어요.

PD : 전기공학과를 나오셨던데.. 처음부터 영화를 꿈꾸시지는 않으셨나봐요?
김두헌 : TV를 못보게 했던 어머니 몰래 보게 된 MBC 주말의 명화, KBS 토요명화 몇 편이 전부였어요. 집에 비디오 플레이어가 생긴 건 군대 갔다와서 제가 아르바이트로 장만한 중고가 처음이었죠. 게다가 영화나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은 애당초 저랑은 완전히 다른 세계의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상상도 못한 일이였죠.

PD : 아~ 근데 어떻게 그렇게 힘든 영화계에 발을 딛으셨어요. 하하하하
김두헌 : 군대에서 영화하던 선임병을 만났어요. GOP 철책 근무를 마치고 통신병으로 교환근무를 할 당시 좁디좁은 교환대 안에서 혼자 하루 종일 눈치 안보고 있을 수 있다보니 책 보고 편지 쓰고, 일기 쓰고... 뭔가 매일 끄적이는 모습을 그 선임병이 보더니 영화하면 잘 할 것 같다고 제게 말을 붙인 것이 계기가 됐죠.

PD : 역시 남자는 군대가 인생을 좌우하는 군요!! 하하하
김두헌 : 하하하하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바로 군대에서 바로 영화를 해야겠다! 이렇게 마음먹은 건 아니에요. 하하 제가 현실 도피성 군입대를 했었거든요. 전역을 했는데도 군대를 들어가기 전과 같은 상황이였어요. 집 , 학교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색다른 걸 하고 싶어서 학교를 그만 두고 영화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전기공학과 들어가기만 하고 나오진 못했어요. 하하하

PD : 그럼 현실도피는 하셨어요?
김두헌 : 혼자 서적 몇 권으로 막 영화 공부를 시작했을 무렵 군대에서 만난 선임병한테 연락이 왔어요. 연출부를 하라는 것이었죠. 그 분이 당시 96년도 개봉한 영화 <보스>의 조감독이었요. 그렇게 저는 도제식으로 현장에서 영화를 배우기 시작했죠. 모든 게 제겐 신세계였어요. 나름 당시엔 현실도피에 성공한거죠.

▲ 영화는 감독만의 영화도 아니고 주인공만의 영화도 아니고 발로 뛰는 스탭 50명 모두 자신의 영화예요.
PD : 처음에 조감독으로 들어가면 힘들지 않나요?
김두헌 : 힘들었죠. 그런데 하면 할수록 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이 제일 힘들어요. 지나고 보니 그때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아요. 모든 게 새롭고 정신없긴 했지만 재밌었고 젊었으니깐... 이제 늙었나 봐요. 하하하 그런데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있을까요? 사실 영화를 하면서 힘들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것은 유세고 엄살이죠. 누가 떠다 민 것도 아니고 제가 하고 싶어 선택한 길이잖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지 못해요. 하기 싫지만 살아야 하니까 정말 힘들게 일하며 버티고 살아내잖아요. 제가 힘들다 말하는 건 건방진 사치예요. 개인적으론 제 가족이 저 때문에 힘든거죠. 그래서 늘 죄인이예요.

PD : 감독과 조감독의 다른점이 뭔가요?
김두헌 : 가장 큰 점은 감독은 직접결정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조감독은 그걸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는 사람이죠. 근데 저는 조감독을 할 때도 ‘내영화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내가 감독이 되면 어떻게 할까?’ 라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지금 이 영화 만들고 있는거다. 내 영화다.’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이거는 감독만의 영화도 아니고 주인공만의 영화도 아니고 50명의 스탭들이 모여서 만드는 영화잖아요. 내가 뛰어서 만들고 있는 내 영화. 이 인터뷰 전해 듣고 그때 감독님들이 이게 왜 니 영화냐고 그러실지는 모르겠지만 하하하

PD : 하하하 그럼 감독님의 첫 작품은 뭔가요?
김두헌 : 저는 감독을 하고 싶어서 영화를 했는데 ‘카페 느와르’라는 작품으로 감독보다는 프로듀서가 먼저 됐어요. 얼마전 영화 <26년>으로 데뷔하신 조근현 감독님이 원래는 유명한 미술감독이셨는데 2007년 봄에 갑자기 연락이 왔어요. 본인이 미술을 할 영화 '카페 느와르’의 프로듀서로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그렇게 저를 소개시켜주셨는데 정작 미술은 다른 분이 하게 되셨죠. 워낙 오래 걸린 영화라서 말이죠.

PD : 다른 작품보다는 남다르진 않았어요?
김두헌 : 남달랐죠. 굉장히 남달랐죠. 이뤄 말할 수 없을 만큼 남달랐죠. 하하하 작품을 제작하는데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4년이면 저의 영화인생에서 4/1이 거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얻을 것도 많고 배운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았죠.

▲ 제 영화에는 특별한 메시지는 없어요.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예요.

PD : 그런 감독님 영화뿐 아니라 홍보영상, 메이킹 영상 제작하셨던데 대표적인 작품이 뭔가요?
김두헌 : 저는 하나를 꼽지 못하겠어요. 하하하 제가 처음 시작했던 보스라는 영화부터 지금 후반작업 중인 러브씬이라는 영화까지 제가 몸담았던 영화 다 제 대표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내새끼’라는 말이 있잖아요. 하하하

PD : ‘독립영화’라고 말하면 감독님만의 메시지가 있을 것 같아요.
김두헌 : 특별한 메시지는 없어요.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특별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는 않아요. 근데 메세지와는 상관없는 얘기지만 멜로 영화를 만들게 된다면 제 연애사를 넣어볼까 해요. 하하하

PD : 감독님 연애사요? 하하하
김두헌 :헤헤헤헤 제 개인적이고 사적인거지만 아무래도 사람이니까 영화 뿐만아니라 창작이란걸 하는 사람은 자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 자기가 눈으로 본 것 느낀 것이 조금씩 작품에 묻어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멜로 영화를 좋아하고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잘 만들 것도 같은데 그게 아무래도 제 연애사에 기인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누군가는 그 영화를 보고 저를 욕하거나 그리워 하거나 그러겠죠? 하하하

PD :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영화’는 어떤건가요?
김두헌 : 음...(뜸들이다) 모르겠어요. 하하하하하 영화가 뭘까요?  그냥 우리 사는 모습이 다 영화 아닐까요? 요즘은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적이잖아요.

PD :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선뉴스 구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두헌 : 4월이 됐지만, 꼭 한해 좋은 일들로 가득 하시고 이 기사를 마지막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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