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 디자인 이연선 pro] 삶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대학에 진학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공부를 할 것인지 영화를 볼 것인지, 점심으로 제육볶음을 먹을 것인지 라면을 먹을 것인지 등 중대한 일에서부터 사소한 일까지 삶에서는 선택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함으로써 포기된 것들이 갖는 가치가 바로 기회비용이다. 주어진 시간, 돈, 능력 등이 한정적이다 보니 사람들은 늘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한 선택을 고심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항상 매순간을 고심하며 사는 것은 아니다. 특히 돈을 쓸 때 깊은 고민 없이 스트레스나 부주의로 인해 돈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렇게 발생한 비용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바로 ‘멍청비용’과 ‘시발비용’이다.

멍청비용은 ‘멍청하다’와 ‘비용’의 합성어로 본인의 부주의로 인해 멍청하게 낭비한 비용을 뜻한다. 예를 들어 금요일 영화표를 예매했는데 토요일로 착각해 영화를 보지 못했다든지, 토익시험을 결제해놓고 정작 시험 당일 늦잠을 자 시험을 보지 못하는 바람에 날린 응시료, 헬스장을 등록해놓고 한 번도 가지 않아 날린 헬스장비 등이 있다.

시발비용은 비속어 ‘시발’과 ‘비용’의 합성어이다. 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뜻한다. SNS에서 처음 등장한 이 용어는 많은 젊은 층의 공감을 얻으며 공공연하게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받아 당장 필요하지 않은 용품들 사기, 홧김에 치킨 여러 마리 시키기, 짜증나서 대중교통 대신 택시 타기 등이 있다.  

이런 자조적이고 비속어가 섞인 신조어가 젊은 층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은 바로 오늘날의 사회현실과 맞닿아 있다. 경기 불황과 어수선한 시국이 이런 신조어의 사용과 소비 세태를 거들고 있는 것이다. ‘돈이 없어 결혼을 망설인다, 알바를 두 개 이상은 한다, 비용이 부담되어 여가를 즐기지 못한다’ 등 젊은 층들의 주머니 사정은 점점 나빠지는데, 남을 만나 스트레스를 풀기는 부담스러운 현실이 이러한 소비행태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또한 한 대학 교수는 이런 신조어의 사용이 “사회적 약자가 말로써 현실 지배적인 힘에 대한 불만과 저항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소수만 성공하고 대다수는 낙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같은 신조어의 탄생과 유행을 만들어 냈다”고 말한다.

개천에서 용이 날 리 없고,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과분한 꿈이라고 생각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 그래서 어차피 모이지 못할 돈, 오늘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데 사용하자 싶어 멍청비용과 시발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돈을 쓰게 되면 잠시나마 속이 후련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비용들에 대한 우려도 크다. 홧김에 사용한 돈들이 계획적인 소비습관을 방해해 정말 필요한 순간에 쓸 돈이 없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순간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돈을 쓰고 나서 쓸데없는 돈을 썼다는 후회와 걱정으로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와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특히 시발비용의 경우 엄청난 돈을 쓴 뒤 후회하면서 거기에 대한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아 또 다른 시발비용을 쓰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며 “현대인에게 스트레스는 불가피한 요소이며,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강도가 아니라면 자신의 조절 능력 범위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것 같은 이러한 소비행태. 멍청비용과 시발비용으로 다소 좀 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유머러스하게 신조어를 만들었지만 이런 신조어에서 요즘 세대들의 불안한 심리를 엿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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