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합니다. 급변하는 정보화/IT시대에 사는 우리는 어쩌면 이 말도 한참 옛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변하는 변했을 세상에 사는 우리는 14년 전의 일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14년 전의 오늘은 기억해야 합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날이기 때문이죠. 

사고는 2급 지적장애인이 신병을 비관하다가 저지른 방화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불연내장재로 제작돼야 할 전동차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불에 잘 타는 소재로 제작된 바람에 전동차가 오히려 불을 더 잘 타오르게 하는 역할을 하게 했고, 순식간에 불이 번졌습니다. 

출처 - 대구도시철도공사

이 사고로 지하철을 이용하던 승객과 지하철의 정규직(사망 4명, 부상 12명)과 비정규직(사망 3명, 부상 1명) 노동자를 포함해 사망자 192명, 부상 151명이 발생했습니다. 대구지하철화재참사는 2003년 2월 18일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로역에서 일어난 대형 지하철 화재사고입니다. 14년 전 2월 18일 오전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진입한 하행선 전동차 내에서 방화가 발생했는데, 이로 인 해 마주 오던 상행선 전동차와 역사 전체까지 화재가 번져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사건입니다. 

이 끔찍한 사고는 발생한지 벌써 14년이나 지났지만, 천운이라고 하며 살아난 생존자들에게는 사실 그동안의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적지않은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끔찍한 사고 기억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나 불안 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부상자의 절반에 이르는 70여 명은 호흡기 후두협착 장애 판정을 받아 6개월에 한 차례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당시 부상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고 이후 사망한 부상자 6명 중 4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또 생존자 6명이 위암, 췌장암(2명), 후두암, 자궁경부암, 혈액종양 등으로 투병 중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참사 직후 흡입한 유독가스는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게 됐습니다. 문제는 대책이 없다는 겁니다. 대구시는 현재 보상이 이미 끝난 상황으로 추가지원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참사 10주년인 지난 2013년 부상자들의 요구로 기초적인 건강검진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암 검진 등의 정밀검사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살아있는 시간이 끔찍한 고통이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기 위해 노력할까요. 가장 두려운 것은 14년 전의 고통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현실일 겁니다. 

지금도 그날의 고통으로 세상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부터 어떤 병에 걸릴지 두려움에 떠는 사람까지. 오늘 하루 반짝이 아닌 대구 지하철 참사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그에 대한 보상과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날의 희생자들에 다시 한 번 안타까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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