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잘 맡은 악역 하나 열 주연 배우 부럽지 않다’는 말을 실현하는 배우들이 많다. 무명 배우였지만 맛깔난 악역 연기로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유명해지기 때문이다. 영화 아저씨 속 원빈과 대립하며 “이거 방탄 유리야, 이 XX야”라는 대사 하나로 시청자들의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김희원도 악역을 통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출처/매니지먼트케이 공식 홈페이지)

배우 김희원은 스크린 데뷔 10주년이지만 그가 연기를 시작한 지는 30년이 다 되어간다. 고3 수험생 시절 학력고사 도중 나와 대학 대신 선택한 취업이 바로 연극 무대였다. 우연히 보게 된 연극 오디션에서 합격하고 방문한 연극 무대는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무대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김희원 또한 자신의 인생을 위해 땀 흘리고 싶다고 느낀 것이다.

그러나 연극배우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1989년 처음으로 작은 배역으로 연극무대에 올랐다. 극단에서 막내로 지내는 것은 무대 세트 설치와 철거도 직접하는 극한 강도의 노동과 적은 월급으로 고된 생활이었다. 그렇게 생활고로 몇 번이나 연기를 그만두고 호주로 떠났다. 무대 일하며 익힌 기술로 호주에선 페인트공으로 지냈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출처/영화 아저씨 스틸)

그렇게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20년지기 배우 겸 가수 임창정과의 인연으로 영화 ‘1번가의 기적’에서 건달 김부장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후 ‘만남의 광장’ ‘스카우트’ ‘청담보살’ 등 임청정과 함께 출연하며 조금씩 자신의 입지를 다져갔다.

단연 그가 돋보인 작품은 영화 ‘아저씨’. 그가 맡은 ‘만석’은 사람을 죽여 놓고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어린이들을 개미굴에 가두고는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도 모자라 인신매매나 불법 장기 거래까지 손대는 독보적인 악역이었다.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고 지능적인 악행을 저지르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충격’처럼 다가온 씬스틸러였다.

(출처/tvN 드라마 미생 방송 캡쳐)

그의 인상적인 연기 덕분에 그는 주로 악역을 맡았다. 양아치 기회주의자였던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양태성, 같은 사무실에서 절대 근무하고 싶지 않은 드라마 '미생'의 박 과장, 약한 자 앞에선 갑, 강한 자 앞에선 을이 된 '송곳'의 정부장 등 주옥같은 악역이 그의 연기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 특히 2014년 tvN드라마 미생에서의 박 과장은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출처/드라마 스페셜- 한 여름의 꿈 홈페이지)

배우 김희원이 ‘악역’만 맡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드라마스페셜-한 여름밤의 꿈에서는 서글서글 사람 좋은 웃음을 지닌 ‘황만식’역을 딸바보의 면모를 보여줬다. 영화 ‘가려진 시간’ ‘계춘할망’ 등에서도 그만의 따뜻한 연기를 느낄 수 있다.

(출처/MBC 무한도전 방송 캡쳐)

떠오르는 신스틸러인 김희원은 예능에서도 독보적인 캐릭터를 선보였다. MBC 예능 무한도전 못.친.소(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출연해 그동안 악역 때문에 ‘무서운’ 이미지였던 그에게 감춰진 소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수줍으면서 조근조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김희원을 보며 시청자들은 김희원의 귀엽고 소박한 매력에 빠졌다.

김희원은 올해 3편의 영화로 대중들과 만날 예정이다. 영화 '불한당'을 비롯해 '임금님의 사건수첩', '마리오네트' 속 김희원의 연기가 대중들에게 또 어떤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할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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