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연선 pro] 인간의 삶 속에서 ‘보관’은 참 중요하다. 보관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인간의 삶에 필요한 소중한 것들이 자칫 사라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큰 예로 인간은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많은 지혜를 발휘해 왔다. 말리기도, 염장하기도, 심지어 과학을 이용해 냉장과 냉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이 소중한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이 고안되었듯, 우리 삶과 역사에 중요한 문화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도 있다. 바로 ‘수장고’이다. 그런데 이 수장고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최근에는 단순히 보관뿐 아니라 관람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수장고가 곧 박물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먼저 수장고는 일정기간 관람을 위해 노출된 유물이 보관되는 장소를 말한다. 사전적 의미는 '귀중한 것을 고이 간직하는 창고'이다. 한 문장의 정의로만 보자면 단순한 창고를 떠올릴 수 있지만 수장고는 오래된 유물이 ‘보관’되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유물의 변형과 노화를 막기 위해 항온, 항습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수장고의 항온과 항습 기능은 유물의 소재에 따라 다르게 설정된다. 습도가 높으면 부식되기 쉬운 금속류를 보관하는 수장고는 습도를 45% 미만으로 유지하고, 반대로 건조하면 바스러지는 직물류 보관 수장고는 습도가 55% 안팎으로 유지된다.

이를 위해 자연소재를 사용한 전통 건축기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국내 대표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의 경우는 전통 건축기법을 사용해 바닥은 너도밤나무, 수납장은 미송과 오동나무로 만들었으며, 부식 우려가 있는 못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누전사고 등을 대비해 콘센트가 없으며, 지반을 3.5m 정도 올려 한강이 범람해도 안전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수장고에 대한 새로운 시도도 접목되고 있다. ‘보관’에 ‘개방’을 접목하는 수장고가 그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인근에 전시, 교육, 체험 기능을 아우르는 '개방형 수장고 및 정보센터'를 세운다고 지난 12월 20일 밝혔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단순히 보관/보존하는 수장고가 아닌 보이는 수장고를 지향하는 이 건물은 개방된 공간, 개방된 소장품, 개방된 기관이라는 가치를 구현하는 문화공간으로 설립된다.

이를 위해 국립민속박물관은 설계안을 공모하기도 했다. 이 공모전에서 개방형 수장고에 대한 이해, 유물 보존환경, 헤이리 예술마을과의 연계성을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한 뒤 신한종합건축사사무소의 '시간'(示間)을 당선작으로 선정해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공개된 설계에 의하면 1층에는 수장전시실, 개방형 수장고, 디스커버리 센터, 보존과학 연구 스튜디오가 들어서며, 2층은 전시와 교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그리고 지하 1층에는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수장고가 마련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44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개방형 수장고를 건립하고, 2024년부터 2030년까지 본관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순한 보관을 넘어 관람의 기능까지 갖춰지는 국내 수장고. 이번 국립민속박물관의 수장고에 대한 청사진이 잘 실현되어 소중한 우리의 문화와 유물이 잘 보존되고 더 나아가 루브르, 대영 박물관 같이 세계인이 찾고 싶어 하는 랜드마크로 떠오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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