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배고픈 직업?”

“저에게 연기는 그 어떤 직업보다도 배부른 직업이에요.”

엉뚱한 상상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연기를 하는 배우 정우준. 늘 변화하고 싶고,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넘쳐난다는데. 그의 엉뚱한 상상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이번 땅콩인터뷰에서는 정통 연극을 지키고 싶어하는 배우 정우준을 만나본다.

 
    PD : 안녕하세요! 인사 부탁드릴께요.

정우준 :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정우준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PD : 네. 반갑습니다! 하하하.

정우준 : 인터뷰 전에 부탁드릴게 있어요! 인터뷰를 하면 보통 연극배우의 삶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해요. 특히 어려운 삶에 대해서요. 그런데 약간 초점이 어려운 쪽으로 안 비춰줬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그 반대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지만요! 하하하

PD : (돈을 잘 버나?) 돈을 잘 번다는 말이죠?

정우준 : 그런건 아니고요. 하하하.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배우들 개런티가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다 보니까 ‘연극하는 사람들은 힘들다’ 고 얘기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배우들의 생활을 보면 그렇지는 않아요. 실제로 배우들은 안 힘든데 왜 우리를 힘든 존재로 만드는 것일까요? 하하하

그리고 일반 사람들은 풍족하지 못하다는 것을 ‘굶는다’라고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반대로 저희는 꿈꾸던 일을 하면서 굶지 않고 먹을 거 다 먹고 행복하게 살아요! 어떻게 보면 반대로 배부른 직업이죠! 정말 배부른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저는 다시 태어나도 배우란 직업을 선택할 것 같아요.

PD : 확고한 마음을 갖고 계시네요! 그렇다면 현재 어떻게 활동하고 계세요?!

정우준 : 요즘에는 영화 작업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연극배우지만 요즘 배우들이 연극이랑 영화를 구분하지 않아요. 그렇다보니 요즘은 연극보다는 영화에 많이 관심을 두고 있어요. 그렇다고 연극을 안한다는 건 아니고요! 하하하 

▲ 일반 사람들은 풍족하지 못하다는 것을 ‘굶는다’라고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반대로 저희는 꿈꾸던 일을 하면서 굶지 않고 먹을 거 다 먹고 행복하게 살아요! 저는 다시 태어나도 배우란 직업을 선택할 것 같아요.

PD : 연극배우와 영화배우.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큰 차이가 있나요?

정우준 : 무대연기랑 영화연기는 상당히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무대 연기는 관객들을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매력이 있는거죠. 그런데 영화연기는 결과에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연극은 저를 볼 수 없지만 영화는 영상을 통해서 저를 볼 수 있잖아요. 저한테는 영상 속에 제 모습이 새로운거죠. 또 거기에 제가 아닌 다른 인간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PD : 그렇다면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정우준 :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자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꾼 꿈이었어요. 그래서 연극영화과 들어가서 전공을 하게 된거죠. 2003년도에 대학로에 입성했으니까 올해로 딱 10년이 됐네요.

PD : 연기 생활 하게 된 가장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 하던데...

정우준 : 네! 제가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던 계기가 있었어요. 고3때 처음으로 본 연극이 있었는데 장두이씨랑 윤소정씨가 출연하는 ‘첼로’ 라는 미성년자 관람 불가 연극이었어요.

PD : 연극배우가 되고 싶었던 계기가... 19금 연극이에요?

정우준 : 그러게요. 하하하. 가장 처음 본 연극이 19금이었네요. 그런데 그게 소재가 불륜을 다뤄서 그랬지 성인물은 아니었어요. 불륜이라는 소재 때문에 미성년자 관람불가였던 것 같아요.

아무튼 저는 당시 19금 연극인 줄 모르고 “고등학생 2명 주세요” 했더니 티켓일 안 주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 연극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같이 간 친구랑 잔머리를 써서 화장실에서 서로 옷을 바꿔 입었어요.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이려고요. 그러고 다시 매표소에 가서 “대학생 2명 주세요” 했더니 티켓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연극을 처음 보게 됐는데 두 분이 무대 위에서 두 시간 동안 하는 연기를 보고 ‘연극배우가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PD : 결국에는 19금 연극을 보고 연극배우의 꿈을 가졌네요. 하하하.

정우준 : 결과적으로는..그렇게 돼버렸네요. 하하하. 

▲ 연극을 처음 보게 됐는데 두 분이 무대 위에서 두 시간 동안 하는 연기를 보고 ‘연극배우가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PD : 연극배우라고 하면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정우준 : 현실적으로 힘든 것은 각오를 했던 부분이죠. 그런데 사실 예술(?)이랑 돈이랑은 백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숙제인 것 같아요. 그거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대학로 판에 있다 보면 술자리도 많고, 먹을 거 다 먹어요! 언제부터 연기자가 배고픈 직업이라고 얘기했는지 잘 모르겠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현실적인 것을 각오를 하지 않았다면 이 직업을 선택하지 못했겠죠.

PD : 대학로에서 연기를 한지 10년이 됐다고 하셨는데.. 동료 배우 중에 성공한 배우가 있나?

정우준 : 음.. 학교 선배님 중에서는 이선균 선배님과 오만석 선배님이 있어요. 음.. 오달수 선배님도 연극 활동 많이 하시고.. 영화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 중에는 송새벽 씨도 있고요. 새벽이 같은 경우는 연극판에서 어렸을 때부터 같이 놀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같이 놀았던 배우? 하하하.

PD : 저 송새벽씨 팬이에요!(번쩍) 많이 친한가요?!

정우준 : 새벽이랑은 친한 형 동생이죠. 새벽이 같은 경우는 연극판에서 어렸을 때부터 같이 놀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같이 놀았던 배우? 하하하.

PD : 그렇다면 친한 사이니까! 송새벽씨 술버릇이 있다면 살짝 폭로해주세요. 하하하.

정우준 : 아..술버릇이라.. 추잡한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PD : ....주사가 좀 심한가요?

정우준 : 그렇진 않아요! 새벽이는 술자리에서 굉장히 즐거운 친구에요. 술을 힘들게 마시는 스타일이 있고, 즐겁게 마시는 스타일이 있잖아요? 새벽이는 술자리를 굉장히 즐기는 스타일이에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즐겁게 웃으려고 술 마시고요. 이렇게 얘기하면 맨날 술만 마시는줄 알겠다. 하하하.

PD : 다음에 한 번 저희 땅콩인터뷰에 송새벽씨 출연 좀 부탁드릴께요!

정우준 : 네. 한번 얘기해볼께요. 하하하.

▲ 어쨌든 새벽이가 많이 알려졌으니까 부러운 것은 사실이죠. 그런데 뭐 동료니까 잘 되면 좋은 것 같아요. 항상 응원해주고, 응원해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거잖아요

PD : 요즘에 영화에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최근에 한 작품이 있나요?

정우준 : 네. 이번에 옴니버스 단편 영화로 ‘키스’라는 작품을 했어요.

PD : 그렇다면! 깨알 같은 홍보시간 드릴께요! 소개 좀 해주세요.

정우준 : 하하하. 영화 ‘키스’는 8개의 작품이 모여서 하나의 장편 영화로 만든 작품이에요. 저는 ‘기특한 녀석’ 이라는 내용으로 아주 찌질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아주 기특한 남편의 역할을 맡았어요.

PD : 키스라... 그렇다면 키스신이 많겠네요?!(기대)

정우준 : 키스신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하하하 (저도 실망했어요.) 하지만 키스신이 없지는 않죠!

PD : 배우들의 키스신.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은 관심 있게 보는데.. 카메라 앞에서 민망하지 않나요?

정우준 : 키스신은 아무래도 어색하죠. 같이 작품을 했던 사람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상대 여배우분은 처음 봤거든요. 그래서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상대 배우분이 동갑이고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편했어요. 어려운 촬영이었는데 5시간 만에 끝냈거든요!

PD : 5시간 만에 어떻게 촬영을 다 하나요? 너무 빠른 것 아니에요? 혹시.. 연인사이?

정우준 : 하하하. 그건 아니고요. 그냥 생활하는 것처럼 찍었어요! 제 역할이 술을 많이 마신 남편의 다음날 모습이었는데.. 제가 촬영 전날 막공(마지막 공연)이어서 쫑파티가 있었어요. 다음날 새벽에 촬영이 들어가는데 쫑파티를 안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번뜩 생각나더라고요. 제 역할이 술을 진탕 먹은 다음날 남편의 모습이니까 ‘술을 마셔도 되겠다!’ 라는 생각이요. 그래서 정말 술을 진탕 마시고 촬영장에 갔어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데 정말 연기를 위해서 그런거에요. 하하하

PD : 술을 진탕 마시고 키스신을 하면..상대 배우분한테 술 냄새가 났을텐데..

정우준 : 아...아마 그랬을 것 같아요. 어짜피 그 상황 속에서는 와이프가 남편한테 짜증내는 상황도 있으니까 아마 상대 배우분도 자연스럽게 나왔을 것 같아요. 하하하. 저는 연기라는게 가능한 내가 해낼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상상들을 동원해서 무대 위에서나 영상 속에서 관객들한테 결과적으로 그 인물이나 상황에 설득력이 생긴다면 어떤 방법을 써도 상관없는 것 같아요. 살인 빼고는 뭐..다 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하하. 

▲ 연기라는게 가능한 내가 해낼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상상들을 동원해서 무대 위에서나 영상 속에서 관객들한테 결과적으로 그 인물이나 상황에 설득력이 생긴다면 어떤 방법을 써도 상관없는 것 같아요
      PD : 요즘 대중들은 뮤지컬이나 콘서트에는 많은 관심이 있지만 사실 연극은 잘 모른다. 연극이라는 것이 죽어가고 있는 것인가?

정우준 : 돈이 되는 연극이 있어요. 관객이 몰릴 것 같은 연극. 그런 것을 많이 지향하거나 아니면 스타 마케팅을 이용하죠. 기본적으로 연극이 가지고 있는 속성들은 점차 무시당하고, 대중적인 영화나 음악들이 가지고 있는 속성들을 가지고 오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연극으로 작품을 올려야하는 이유가 사라진거죠. 돈이 안되니까요.

PD : 그렇다면 대중들이 점점 연극을 잃어버릴 것 같은데..

정우준 :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이 연극을 잃어버리고 있는데 대중들이 연극을 잃어버린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만드는 당사자가 연극답게 만들지 못하는데 과연 보는 사람들이 연극의 매력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연극을 보러오는 사람들은 영화나 뮤지컬을 보기위해 오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참 안타까운 것 같아요.

PD : 그렇다면 연극만의 매력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우준 : 연극의 매력은 현장성이죠. 배우들이 무대에서 펼치는 드라마 속의 인물, 그리고 그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를 호흡으로 느낄 수 있는게 가장 큰 매력이죠. 음악도 CD나 MP3로 듣는 거랑 라이브공연을 보는 거랑 완전히 다르잖아요. 연극은 라디오로 듣거나 TV로 봐서는 절대 매력을 느낄 수 없어요. 연극은 직접 와서 봐야 ‘살아있다’ 라는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PD : 그렇다면 대학로 연극 문화가 다시 활성화 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정우준 : 현재 대학로는 상당히 패턴화 돼있어요. 대학로 자체가 뮤지컬이나 몇몇가지 이유로 자본이 커지면서 작품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 관객의 구미에 맞는 작품만 뽑아내는 패턴을 보이고 있어요. 한마디로 작품성 보다는 대중성으로만 치우치고 있는거죠.

그렇다보니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실제로 대학로에 나가면 소재만 다르지 다 비슷한 패턴의 연극이나 뮤지컬만 볼 수 있어요. 그러다보니 연극에 대한 매력이 예전보다는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중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연극은 무시하고, 돈에 연관되는 대중성에만 치우치니까요. 대한민국 연극이 다시 활성화 되려면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 배우들이 무대에서 펼치는 드라마 속의 인물, 그리고 그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를 호흡으로 느낄 수 있는게 가장 큰 매력이죠. 음악도 CD나 MP3로 듣는 거랑 라이브공연을 보는 거랑 완전히 다르잖아요. 연극은 라디오로 듣거나 TV로 봐서는 절대 매력을 느낄 수 없어요. 연극은 직접 와서 봐야 ‘살아있다’ 라는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PD :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연기자를 꿈꾸고 있는데 연기자를 꿈꾸기 보다는 스타를 꿈꾸는 것 같아요. 조언을 한다면?

정우준 :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스타가 되고 싶고,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고, 잘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나가면 ‘그냥 꿈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안 이뤄진다’가 아니라 ‘그게 전부가 아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거죠. 만약 스타만 쫓다 보면 연기를 못해요. 만약 그것만 쫓았다면 저도 10년이라는 연기생활을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 시선뉴스 '땅콩 인터뷰' 시즌2는 중소상인, 서민들의 삶을 세밀하게 관찰해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일상과, 그들의 애환을 담은 ‘특별한 인터뷰’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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