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 디자인 이정선 pro] 1983년 9월 26일 자정, 소련 핵발사 조기경보 인공위성 및 핵발사 관제센터의 컴퓨터에서는 미국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한 발을 러시아로 발사했다는 경보가 울렸다.

때는 냉전체제 시기...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이하 소련)은 적대적인 관계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비판하여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소련으로 핵을 쏘았다는 경보가 울려댔고 이 미사일은 곧 5발로 늘어났다. 이에 소련의 모든 핵 발사 사일로와 이동식 발사대는 미국을 향하여 보복 발사를 하는 둠스 데이 머신이 가동되려 하고 있었다. (둠스 데이 머신: 러시아 지휘부가 미국의 핵공격 등으로 괴멸했을 때 자동으로 모든 핵미사일을 미국으로 발사하는 프로그램)

핵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온 절체절명의 상황. 이 날 관제센터의 당직이었던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는 이 짧은 순간에 냉철한 판단을 하게 된다. “무엇인가 이상하다”

‘미국이 정말로 핵전쟁을 하기 위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겨우 단 다섯발의 미사일을 쏘았을까?’ 그는 경보가 울리고 있었지만 자신의 이런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컴퓨터나 인공위성에 어떤 오류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결국 둠스 데이 머신을 취소했고 다행히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는 이 상황을 상부에 ‘컴퓨터의 오류’라 보고했는데, 곧 소련의 인공위성이 햇빛을 ICBM의 발사섬광으로 잘못 인식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는 핵전쟁의 발발을 막아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영웅적인 판단에도 불구하고 소련은 이 사건을 ‘1급 비밀’로 분류하고 그를 쫓아 내버렸다.

미국과 미사일 경쟁을 하는 소련에게 ‘시스템의 결함’이라는 것은 곧 곧 소련 체제에 대한 모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절체절명이었던 상황은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해체 된 후 1998년이 되어서야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고 전 세계는 핵전쟁이 발생할 뻔 했던 상황을 피하게 해 준 그에게 UN 표창장과 세계 시민상을, 2012년에는 드레스덴 상을 시상하며 감사해 했다.

만약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가 컴퓨터만을 믿고 버튼을 눌렀다면 핵전쟁이 발생했을 것이고 우리는 아마 핵전쟁 후의 세계를 표현한 영화 ‘매드맥스’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전세계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했던 핵전쟁 해프닝. 해프닝을 해프닝으로 끝나게 해 준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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