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김지영 인턴/ 디자인 이연선 pro]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했다. 지난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끌어내린 후 7개월 연속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계속된 저금리 정책에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저금리 시대를 미리 겪어 해외로 투자를 시도한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이라고 한다. 와타나베 부인이란 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닌, 저금리 상태의 일본을 벗어나 고금리의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일본 주부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주로 일본 가정주부들은 가정 내에서 전통적으로 가계 저축 및 투자를 전담해왔다. 1991년부터 2002년까지 일본의 장기불황과 은행의 저금리 현상이 10년 동안 이어지면서 은행에 돈을 맡겨도 이자가 많이 붙지 않아 오히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손해였던 날들이 계속됐다. 여기에 초고령화 사회에 돌입했던 일본인들은 노후 자산 마련을 위해 저금리 시대에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고금리 해외 금융 상품 투자를 눈을 돌린 것이다.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이 점차 늘어나자 이를 지칭하는 말로 ‘와타나베 부인’이 붙여진 것이다. 와타나베는 우리나라의 김 씨, 이 씨처럼 흔한 성씨로, 이 주부들이 외환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붙여지게 된 것이다. 지금은 이런 개인 외환투자자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와타나베 부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해 이익을 얻은 것일까?

이들이 투자한 방법은 ‘엔화 캐리 트레이드’이다. 엔화 캐리 트레이드란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엔화를 차입해서, 금리가 높은 해외의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를 직역하면 ’가지고 가서 거래하다‘ 즉, 선진국(미국, 일본 등)의 통화를 신흥국(중국, 한국 등) 통화로 바꿔서 신흥국의 주식, 채권, 예금 등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캐리 트레이드 앞에 조달 통화를 붙여 ’엔화 캐리 트레이드‘, ’프랑 캐리 트레이드‘, ’달러 캐리 트레이드‘라고 부른다. 이 말은 각 나라마다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투자를 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즉, 와타나베 부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 유럽에서도 각각 김여사, 스미스 부인(Mrs. Smith), 소피아 부인(Mrs. Sophia) 등으로 캐리 트레이드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자본이 부족한 신흥국에게 자본이 많은 선진국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생산요소의 효율적 배분을 가능하게 해 이는 세계 경제에 안정적 성장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환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캐리 트레이드는 ‘핫 머니’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투자금이 갑자기 몰리거나 빠지면 대상국의 통화가치가 흔들리게 되고 이는 투자국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칫 경제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도 역시 지속되는 저금리 현상에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는 김여사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와타나베 부인이 투자하는 방식은 위험성이 따른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와 대비가 필요하며 우리나라도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눈앞에 보이는 이득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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