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 에디터/ 김지영 인턴]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장르로 소설과 영화 시나리오를 들 수 있다. 허구적인 상상력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때론 새로운 깨달음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영화와 소설이 ‘허구’의 이야기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팩션이 대표적이다. 사실을 뜻하는 팩트(Fact)와 허구의 이야기를 뜻하는 픽션(Fiction)의 합성어인 팩션은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인 새로운 장르다. 사실이 갖고 있는 힘은 크기에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관객들이 영화에 더욱 쉽게 빠져든다. 관객들을 더욱 빠져들게 한, 사실이라서 더욱 생생했던 영화들엔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도가니(2011)

▲ 출처/영화 '도가니' 스틸컷

영화 ‘도가니’는 2011년 9월에 개봉한 황동혁 감독의 작품이다.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공지영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하였다. 기간제 교사 ‘강인호’역은 공유가 강인호의 대학 선배이자 무진인권운동센터 간사 ‘서유진’역은 정유미가 맡았다. 이들은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세상에 알리려고 한다.

이 영화가 모태가 된 실제 사건의 내용은 이러하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광주인화학교에서 8명 이상의 장애 학생들에게 성폭력이 상습적으로 자행되었다. 가해자는 학교 설립자의 아들인 교장과 행정실장 형제 그리고 여러 명의 교직원이었다. 2005년 6월, 이 학교의 보육 교사가 지역 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제보하여 외부에 알려진 뒤 경찰 수사가 진행되었고, 4명이 기소되어 재판에 부쳐졌다. 그러나 모두 가벼운 징역형과 집행유예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영화 ‘도가니’ 개봉 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이 일어났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인화학교사건의 재수사와 시설 폐쇄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으며 이후 재수사가 이루어져 관련자 14명이 형사입건 되었다. 국회에서는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안이 논의되었고 2011년 10월 28일 도가니법, 일명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법령은 2011년 11월 17일부터 시행되었다.

영화 ‘도가니’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가진 힘을 보여주었고 이후 인권문제를 주제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두 번째는 카트(2014)

▲ 출처/영화 '카트' 스틸컷

영화 ‘카트’는 2014년에 개봉한 부지영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각자 처해있는 상황은 다르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5년 동안 벌점 없이 성실히 근무한 대가로 3개월 후 정규직 약속을 받은 ‘선희’역에 염정아, 싱글맘 ‘혜미’역에 문정희, 청소원 ‘순례’역에 김영애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가상 장소인 ‘더 마트(The Mart)’를 배경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과 노동조합 설립 과정을 담았다.

이 영화는 2007년 5월 이랜드그룹 홈에버에서 일어난 대량해고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이랜드는 비정규직 관련법 시행(7월)을 앞두고 뉴코아의 노동자 용역전환을 발표한 후 계열사인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했다. 해고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부당해고에 반대하며 20일간 마트를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 갔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가 마트로 돌아가기까지 510일의 시간이 걸렸다.

‘카트’는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되었는데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문제를 다룬 상업성 영화의 등장에 대중의 관심이 컸음을 보여줬다. ‘카트’는 영화사에서 준비한 상품을 구매하는 ‘응원 장터’라는 컨셉으로 진행되었는데 174%라는 높은 목표율을 달성했다. 이후 개봉을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1억 원이라는 후원금액이 모이며 대중들의 관심을 확인했다.

현재도 비정규직 문제가 계속해서 대두되는 만큼 ‘카트’는 개봉한 지 시간이 흘렀음에도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세 번째는 연평해전(2015)

▲ 출처/영화 '연평해전' 스틸컷

영화 ‘연평해전’은 2015년 개봉한 김학순 감독의 작품이다. 2002년 6월 29일, 대한민국이 월드컵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그날, 북방한계선(NLL) 남쪽의 연평도 인근에서 대한민국 해군 함정과 북한 경비정 간에 발생한 해상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실존인물인 ‘윤영하’ 대위 역에 김무열이, 조타장 ‘한상국’ 하사 역에 진구가, 의무병 ‘박동혁’, 상병은 이현우가 맡았다.

영화에서는 2002년의 연평해전을 다루고 있지만 1999년 이미 한 차례 연평해전이 벌어졌었다. 제 1차 연평해전에서는 우리 함정을 공격한 북한 함정 총 10척을 대한민국 해군이 격퇴시켰다. 반면에 대한민국 해군은 고속정 5척이 경미한 손상을 입었다. 이후 3년 뒤인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이 일어났다. 이 교전으로 해군 참수리 357호정이 침몰했으며, 이곳에 타고 있던 해군 병사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영화 ‘연평해전’은 대한민국이 월드컵의 열기로 뜨거웠을 때, 다른 곳에서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갖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우리 시대를 향한 또 다른 목소리가 되어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영화 ‘도가니’ ‘카트’ ‘연평해전’과 같은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목소리가 되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을 더욱 높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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