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 문선아 선임 에디터]

Painting is just another way of keeping a diary(그림은 일기를 쓰는 또 다른 방법일 뿐이다). -Pablo Picasso(파블로 피카소)-

2017년 신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명작스캔들S. 파블로 피카소의 명언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그림, 그 중에서도 명작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정형화된 해석으로 이해하려고 하고 그 해석을 외우려고 합니다. 하지만 피카소의 말처럼 모든 화가들이 표현한 작품은 일기와 같기에, 보여 지는 것 외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림 속에는 공식적으로 알지 못하는 비화나 숨은 메시지 등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죠.(물론 이 역시 해석은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팍팍하게 마무리 된 2016년을 2017년에는 보다 감성적으로 적셔보기 위한 시간. 이번 시간은 2017년을 대표하는 동물 ‘닭’에 관한 그림을 준비 해 봤습니다.

오늘의 명작은 파블로 피카소의 The Rooster 1(1938)입니다.

▲ (출처/파블로 피카소 공식 홈페이지)

<The Rooster 1> 작품 속 수탉을 보면 권위 있는 모습과 공격적인 모습이 상징적으로 보입니다. 수탉의 눈동자나 부리 모양을 보면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입체파 화가답게 강한 색채의 대비는 닭의 화려함을 한껏 느끼게 해주며 주황색과 빨간색의 교차는 마치 강한 에너지가 담긴 날개 짓을 보는 것 같고, 꼬리 날개의 과장된 원은 몸의 단단하고 각진 모양과 대비되며 닭의 생동감을 만들어 냅니다.

여기까지가 보여 지는 공감이었다면 이제 그의 당시 삶을 빗대어 그림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우선 피카소는 강한 색채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요. <The Rooster 1>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고통과 갈망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한 만큼 무언가에 대한 열정과 반항, 풍자 등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이 작품에서) 무언가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전쟁’이었을 겁니다. 파리국제전시회의 스페인 건축물을 위한 벽화 제작을 의뢰받은 상태였던 피카소는 에스파냐 내전에서 독일 폭격기가 게르니카를 전멸했다는 신문 기사를 보게 되고 충격을 받게 되죠. ‘역사상 전례 없는 파괴적인 공격’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피카소의 작품에는 전쟁과 폭력을 상징하며 슬픔과 분노 등이 표현되었습니다.

물론 전쟁에 대한 분노가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은 <우는 여인(1937)>과 <게르니카(1937)> 정도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의 작품에도 분명 영향은 끼쳤습니다. 때문에 The Rooster 1속 수탉의 ‘마치 어찌해도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은 ‘피카소가 사회(전쟁)를 풍자하는 표정을 그린 것이 아닐까’라는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즉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수탉의 공격적인 모습을 통해 억울한 사회에 대한 반항을 표현한 일기를 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피카소의 그림 속에서 뿐 아니라 닭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7년을 대표하는 동물은 ‘닭‘입니다. 특히 올해는 불의 기운을 상징하는 정(丁)과 닭을 뜻하는 유(酉)가 만나 ‘붉은 닭의 해’라고 합니다. 하루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리는 동물인 닭은 예부터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는 시보의 역할을 하면서 어둠과 함께 나쁜 기운도 함께 떨쳐버리는 의미도 함께 있습니다.

서양에서도 닭은 시작을 알리는 의미이면서 ‘회개’의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성경에 보면 예수는 베드로에게 “닭이 울기 전에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고 예언합니다. 당시에는 예수의 예언을 믿지 못했지만 베드로는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예수를 부인한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죠. 이때부터 닭의 울음소리는 회개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렇게 닭이 가진 기본적인 의미들과 함께 해석한다면 아까의 해석이 좀 더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아마 피카소가 닭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고 회개를 의미하는 닭을 통해 전쟁으로 황폐화된 세상에 비난과 비판의 메시지를 남긴 것은 아닐까요?

맛있는 간식의 대명사 ‘치킨’으로만 기억하기에는 아쉬운 닭. 그 색다른 의미들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