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발생 시 “반드시 녹취부터”
의료사고 발생 시 “반드시 녹취부터”
  • 보도본부 | 김범준 PD
  • 승인 2013.03.12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선뉴스 정원석 변호사] 의료사고 발생시 환자측에서 준비할 것(지난번 글에 추가할 부분)과 형사고소 문제를 먼저 언급한 후 본론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허위사실을 이야기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일반적으로 사고발생 후 의사도 당황을 많이 한 상태라 환자측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 같은 자세를 보이기 전에는 사안의 실체를 밝히는데 중요한 사실관계를 언급하면서 변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환자측에서 사고 발생 후 의사를 만날 때에는 반드시 녹취를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환자측에서 사고 초기에 의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을 하는데, 녹취가 안 되어 있는 경우, 소송과정에서 의사는 그런 이야기를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주치의가 피하고 만나주지를 않아 다른 의사가 대신 사고에 관한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 주치의의 과실을 우회하여 언급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초기 변명은 반드시 녹취를 해두어야 합니다.)

 
환자측에서 의사, 간호사 등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고소를 하는 경우에는 고소만 해놓으면, 민사소송과 달리 당사자가 아닌 수사기관에서 그 후 조사를 진행하는 터라 당사자 입장에서 간편하고, 수사과정에서 운 좋게 의사의 과실이 밝혀져 기소가 되고 유죄판결이 나오는 경우 민사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되는 부분은 매우 큰 장점이나,

반대로 수사기관도 의학적인 지식이 없는 터라 민사소송에서와 같이 구체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기 어렵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부분 무혐의로 종결되는 것이 현실이라, 형사고소를 한 것이 오히려 병원측에 유리한 증거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실무상 의료사고에 관한 형사고소는 사실상 득보다 실이 더 많습니다.

따라서 형사고소는 유죄의 확신이 드는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하는 부분입니다.

그럼 준비절차는 이 정도로 마치고, 의료과오소송이 대략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료기록부는 입퇴원요약지, 입원진료기록부, 설명 및 수술동의서, 검사결과지, 간호기록지, 투약기록지, 의사지시서, 검사결과 추적관찰지 등 수많은 서류로 구성이 되어있고, 대부분 영어로 된 의학용어를 약어로 기재해 놓아 환자측에서 진료기록을 가지고 진료경위 및 치료과정을 알아낸다는 것은 사실상 곤란합니다.

따라서 우선 의료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진료기록을 번역하고, 진료기록에 나타난 객관적인 진료경위를 살펴볼 때 치료가 적정하였는지 여부 등에 자문을 구한 후, 의학서적, 논문, 관련관례 등을 찾아서 소 제기시 쟁점이 될 부분을 사전에 정리해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리를 하는 일이 변호사의 업무겠죠.)

지난 번 글에 언급한 사건을 간략히 설명하면 환자측에서 병원과 다투면서 시간을 많이 소요한 상태에서 저를 찾아왔고, 따라서 병원측으로부터 뒤늦게 교부를 받은 진료기록부는 추후 기재된 것으로 의심이 되는 부분들이 많았으며, 병원관계자들과의 녹취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상황에서 당사자의 기억을 기초로 의료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진료기록부의 번역을 한 후, 친분이 있는 의사들에게 사적으로 진료기록부상 의문이 드는 부분에 관하여 자문을 구하였고, 이를 통해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투어야 할 것인지 기준을 정하였습니다.

소송에 들어가서는 진료기록부의 일부인 ‘설명 및 동의서’의 기재내용이 추후 만들어진 것 같다는 의심이 들어 설명의무위반을 주장하였고, 그 후 환자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방치한 의사의 과실, 검사 후 환자에게 나타난 증상에 비추어 역행성 담도췌관조영술을 실시하면서 다른 장기에 천공(쉽게 말하면 구멍)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여부, 급성췌장염이 발생한 후 병원의 조치가 적절하였는지 여부, 패혈증이 발생시 투여한 항생제의 적절성 여부 등을 주장하였습니다.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진료기록부를 기초로 하여 의문이 나는 부분에 관하여 피고에게 석명을 구하였고, 대한의사협회에 진료기록감정을 신청하였으며, 그 후 법원의 도움을 얻어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구하였습니다.
(그 내용에 관해서는 전문적인 내용이라 그 설명을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후, 원고의 주장과 감정결과,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바탕으로 하여 제1심 법원에서는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과 급성췌장염이 발생하였음에도 환자를 사실상 방치한 의사의 책임, 급성췌장염 발생시 초기 대응의 미흡 등을 지적하며 병원측으로 하여금 상당한 금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선고를 하였습니다.

참고로 위 소송은 제1심만 약 2년이 소요되었고, 그 후 고등법원에서 조정으로 종결되었는데, 손해배상을 받긴 하였지만 당사자로서는 억울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위 이야기에서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은 이 사건에서 환자측이 초기에 병원측과 다투면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변호사를 빨리 찾아와 조언을 받은 후 제가 언급한 부분에 관한 준비를 철저히 하였다면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늘 제 글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이야기지만 정말 별 것 아닌 것이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실 몇 가지 부분에 관하여 더 드리고 싶은 말이 있지만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부분이라 지면을 통해서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들 올 한해도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하며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