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 디자인 이정선 pro] 1980년대 초반 뉴질랜드의 심리학자 제임스 플린은 재미있는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는 과거 세대보다 똑똑할까?’. 그는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별 IQ지수의 변동 추세를 조사했다.

플린은 미국의 신병 지원자들의 IQ(지능지수) 검사결과를 분석해 신병들의 평균 IQ가 10년마다 3점씩 올라간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1987년 14개국으로 대상을 확대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벨기에·네덜란드·이스라엘에서는 한 세대, 즉 30년 만에 평균 IQ가 20점이 올랐고, 13개국 이상의 개발도상국에서도 5∼25점 증가했다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 같은 결과를 연구자인 제임스 플린의 이름을 따 ‘플린 효과’라 명명됐다.

하지만 플린 효과의 핵심인 ‘IQ의 증가가 실제적인 지적 능력 향상인가?’ 하는 점에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었다. 플린 또한 인간 집단에 특별한 유전체적 변화가 없이 짧은 시기에 그렇게 큰 진화적 변화가 나타날 수는 없다고 봤다.

플린은 데이터를 더욱 자세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분석 결과 실제로 상승한 것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에 국한되어 있음을 알게 됐고, 오히려 단어 사용과 관련된 언어 능력은 점점 저하되고 있음을 발견 했다. 그는 IQ의 증가가 지적 능력의 발전에서 기인한다기보다는 정신적 활동을 점점 더 많이 요구하는 현 사회현상의 반영으로 결론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요인으로 대중매체의 발전, 교육의 확대, 의학 발전과 영양의 질적 성장을 꼽고 있다.

첫 번째로 현 세대들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진 것은 다양한 매체의 발달이다. 과거에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매체가 책과 같은 인쇄매체였다면 현재는 TV, 라디오, 인터넷 등과 같은 대중 매체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전자기기로 다양한 시각적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각 정보 처리 능력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교육의 확대다. 과거에는 특정 계급만 교육을 받았다면 현재는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시험의 일반화로 인해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되었으며 교육을 통한 추상적 문제 해결 능력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세 번째로 의학이 발전하고 영양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질병이 크게 감소 됐다. 건강한 생활환경이 두뇌 기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지능 지수의 상승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플린 효과는 단순하게 보면 시대가 지날수록 ‘똑똑해지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능 지수가 고르게 성장한 것이 아닌 특정 부분만 좋아지는 것이다. 한 예로 휴대전화의 보급이 이뤄지면서 우리는 더 이상 ‘전화번호’를 암기하지 않는다. 또한 인터넷의 발전으로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인터넷 검색으로 알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정보의 처리 능력은 향상됐지만 지식이 오래 머물지 못한다.

결국 플린효과는 세대가 지날수록 ‘똑똑해지는 것’이 아닌 사회 환경에 따라 지능이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변화하면서 발달하는 지능도, 퇴화하는 지능도 생겨나는 것. 부디 기술의 발달로 이전에 좋은 능력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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