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작가, PD, 화가, 음악가 등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라면 창작물을 만들 때 본인의 모습, 생각, 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허구의 인물이 100% 본인 자신은 아니더라도 나의 일부에서 나온 모습을 가진 인물일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를 많이 알면 알수록 작품에 대해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을 가질 수 있다.

빨강머리N 속 간결하면서도 한 방이 있는 멘트에 대해 그녀가 카피라이터로서 활동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짧은 글 속에 명확한 메시지를 만드는 그녀의 능력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빨강머리N을 만드는 작가 최현정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PART 2. 빨강머리N을 만드는 작가 최현정의 진짜 이야기

-지난주에 이어 2번 째 인터뷰입니다 ^^ 이번에는 작가님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습니다. 카피라이터로 활동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진행 중이신가요? 그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생계를 유지해주는 ‘월급’은 너무나 소중하니까요. (웃음)

▲ (출처/빨강머리N 인스타그램)

카피라이터를 하기 전엔 디자이너로 일을 했어요. 그래서 그림 그리는 일이 제게는 낯선 일은 아니었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쭉 그려와서 성인이 되고 나니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지겹고 부담스럽고 싫었어요. 원래 어떤 분야든 잘 모르는 일엔 자신감이 있다가도, 알면 알수록 오래 할수록 자신감이 떨어지는 법이거든요. 그러던 와중에 카피라이팅을 너무 하고 싶었고, 다행히 전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싫어하던 그림 그리기가 제가 가장 힘든 시기에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준 건 참 아이러니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님들한테 궁금했던 것이~ ‘정말 만화책을 많이 보면 그림이나 아이디어 구상에 도움이 될까?’ 거든요~ 평소 만화책과 책 중에 어떤 걸 좋아하시나요?

중학교 때까진 만화책을 엄청 봤어요. 만화가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순정만화 소년만화 가리지 않고 열심히 봤어요. 하루에 대여섯 권씩. 만화방 문턱이 닳도록 들락날락했어요. ‘바람의 검심’ ‘슬램덩크’ ‘짱’ ‘인어공주를 위하여’ 등등… 요즘은 웹툰을 많이 보죠. 강풀 작가님 만화도 좋아하고요. 최근엔 수사반장이라는 작가님의 ‘김철수씨 이야기’를 재밌게 봤어요. 어릴 때부터 꾸준히 좋아하는 작가는 ‘천계영’ 작가님이고요. 20년 넘게 늘 신선한 순정만화를 그리시는 것, 정말 존경해요.

▲ (출처/작가 최현정 제공)

- 요즘도 만화책을 즐겨보시나요?

지금은 만화책보다 책을 더 많이 봅니다. ‘만화책 < 책’ 이라는 구시대적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에요. 책보다 훨씬 더 훌륭한 만화책도 너무나 많아 경중을 따지는 건 우스운 일이에요. 다만, 그림 없는 텍스트를 읽을 때 생각의 가지가 더 뻗어나가는 측면이 있어서 텍스트를 많이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책에 낙서가 많아요.

천명관, 김훈, 정유정 작가님 등 소설책도 많이 보고, 인문서도 많이 보지만 ‘이 작품이 나에게 영향을 줬다.’라고 할 만한 대표적인 책들은 없어요. 영감을 주거나 좋아하는 것들은 늘 빠르게 바뀌더라고요. 그러나 그것들이 은연중에 쌓여서 제 것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아, 꼭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소설이 저의 베스트에요.

▲ (출처/빨강머리N 인스타그램)

-자칭 ‘와식생활’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누워서 즐겨하시는 일은 어떤 것이 있나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면?

모든 것들을 누워서 하길 좋아합니다. TV도 누워서 보고, 일을 할 때도 웬만해선 누워서 합니다. 책도 누워서 썼습니다. 겨울엔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몸을 지지면서 책을 읽어요. 하지만 단연 최고인 것은, 그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며 멍 때리는 겁니다. 그림 작업을 할 땐 책상 앞에 앉아있어야 하는데 눕고 싶어서 곤욕스럽습니다.

최근에 병원에 갔다가 제가 심각한 목 디스크라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괜히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었나 봅니다. (웃음)

-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있나요?

최근에 액정 태블릿을 샀습니다. 이걸 사기 전엔 하나하나 연필로 그리고, 펜으로 덧그리고, 지우개로 연필자국을 지우고, 핸드폰으로 찍어서, 이메일로 보낸 후, 컴퓨터로 옮기고, 포토샵으로 작업을 했어요. 이 지지부진하고 귀찮은 작업을 짧게 단축하기 위해 큰마음 먹고 샀죠. 제 재산 중 가장 비싼 거예요. 12개월 할부. (웃음)

▲ (출처/작가 최현정 제공)

밀리지 않고 갚는 게 1차 목표. 2차 목표는 제 인생 최초로 차를 사는 겁니다. 3차 목표는 돈을 많이 벌어서 이 비싼 서울 땅에 작지만 내 소유의 집을 하나 갖는 겁니다.

- 평범한 듯 보이지만 이 모든 걸 이루기 위해 작가님과 저, 우리 모두 열심히 일해야겠네요. 제 개인적으로 작가님께 바라는 게 있어요! 혹시 빨강머리N에게 애인이 생긴다면 연애담 후속편도 기대해도 될까요? 작가님이 그리시는 연애담 사이다 멘트가 기대됩니다.

▲ (출처/빨강머리N 인스타그램)

연애담 후속편이라니, 당연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빨강머리N 2권에는 꼭 연애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할 수만 있다면 말이죠. 흑흑흑.

- 마지막으로~ 앞으로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시선뉴스 독자들에게 크리스마스 인사 부탁드립니다.

크리스마스가 모두에게 행복한 날은 아닙니다. 저처럼 외롭게 보내는 분들도 있겠죠. 어차피 남의 생일인데 무덤덤하게 평소처럼 보낸다고 불행한 건 아닙니다. 솔로 천국! 커플 지옥! 게다가 이번 크리스마스는 일요일이라니 아싸, 너무 신난다! 메리 크리스마스!

최현정 작가의 말처럼 특별한 날 평소처럼 보내는 것이 불행한 것은 아니다. 내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거절하고 싶을 때 NO! 라고 얘기하는 것도 나쁜 것이 아니다. 극단적인 이기심으로 표출하는 NO!는 지양하는 바이지만 정말 자신을 위해 소신껏 NO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우리 또한 세상에 시원한 사이다 멘트를 날릴 수 있는 빨강머리N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미리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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