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대가성’은 최근 많은 사안들에 거론되면 ‘뇌물’ 판단의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 이슈인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 사건 청문회에서는 얼마 전 대기업의 출연금에 대가성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또한 지난 9월 시행된 김영란 법에서도 처벌 기준 중 하나인 ‘대가성’의 기준을 두고도 많은 질문과 의견이 오가기도 했는데, 이 대가성에 따라 ‘뇌물죄’가 성립 여부가 갈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가성’이 또 한 번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바로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에 대한 판결이 나왔는데, 그 판결 중심에도 ‘대가성’이 거론되었다.

▲ 시선뉴스 지식용어 '뇌물죄'관련 기사 이미지. [시선뉴스DB]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진경준 전 검사장(49)이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48)로부터 금품을 받은 부분에 대해 두 사람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 전 검사장이 김 대표로부터 넥슨 주식 4억여 원을 포함해 법인 명의의 고급 승용차, 여행 경비 등 명목으로 9억5000만여 원을 받은 혐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에 대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대학 동창으로 친분관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진 전 검사장이 단순히 검사라는 이유만으로 김 회장으로부터 청탁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볼 만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진 전 검사장이 공짜주식으로 올린 수익을 비롯한 130억여 원은 추징하기 어려워졌고 '공짜 주식'이 무죄로 판결나면서 당초 검찰이 구형한 징역 13년보다는 형이 대폭 낮아졌다.

이번 공감을 잃은 ‘대가성’ 해석과 '넥슨 공짜주식' 무죄 판결을 두고 여론과 네티즌들의 분노가 거세다. 판결 당일 인터넷에서는 하루종일 '진경준 징역 4년'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한 시민단체는 "김정주 넥슨그룹 회장이 진 전 검사장에게 청탁을 위해 뇌물을 주었다고 자백했는데도 판사는 대가성이 없다고 판결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판결대로라면 재벌이 검사 친구에게 대놓고 뇌물을 주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9월 시행된 김영란 법과 많은 비교를 하기도 한다. 실제 김영란 법은 ‘3만원’ ‘5만원’ ‘10만원’과 ‘대가성’ 기준을 두고 많은 국민이 혼동을 일으켰다. 이것에 비추어 오히려 수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금품수수는 ‘친구’라는 이유로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 판결을 두고, 고위 공직자는 제외되고 소액만 감시하는 것이냐는 불만이 불거져 나오기도 한다.

물론 김영란법의 부정청탁을 막자는 취지는 많은 국민이 공감한다. 하지만 이번 진 전 검사장에 대한 ‘대가성’ 무죄로 고위 공직자들의 큰 금액 수수에 대해서는 관대하다고 느낀 여론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얼마 전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에게 떡을 건넨 사건을 두고 업무 연관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어 김영란법에 의해 과태료 판결이 난 것이 회자되고 있다. 물론 후자에 대한 처분에 옹호를 하는 것이 아니다. 작건 크건 처벌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 많은 여론이 공감한다.

하지만 이번 판례가 “법은 만인에 공평하다”는 기초적인 논리마저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다음 고위 공직자들의 금품 수수에 대한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