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양궁 사상 최초 남여 금메달 획득 커플 오진혁(왼쪽)과 기보배(오른쪽)

 

양궁 사상 최초로 금메달 커플이 탄생했다.

3일(현지시간)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 양궁 사상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딴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31·현대제철)과 이번 대회 2관왕(개인전, 단체전)에 오른 여자 대표팀의 막내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가 주인공 이다.

한국 양궁에서 ‘신궁(神弓) 커플’은 많은편 이었지만 올림픽 개인전에서 동반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연애 소식이 전해진 것은 경기 이후 열린 오진혁의 기자회견 도중 이었다. 오진혁과 기보배가 조만간 결혼할 예정이다라는 소식이 알려진 것. 이에 오진혁은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열애설에 대해 인정 했다.

이 둘은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를 비롯해 정의선 협회장(현대자동차 부회장)도 교제를 알고 있을 만큼 양궁계에서 이미 공인된 커플이다. 다만 올림픽을 앞두고 드러내지 않았다.

∎ 함께 슬럼프 견뎌 ...

둘이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 것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나란히 국가대표로 선발된 후 부터이다. 처음 대표팀에 선발된 기보배는 태릉선수촌 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때 후배들을 잘 챙기기로 유명한 오진혁이 기보배의 고민을 들어주기 시작하며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후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2010년 8월 15일 오진혁의 생일이었다. 일요일이라 다른 선수들은 다 외박을 나갔고 오진혁만 태릉선수촌을 지키고 있었다. 이때 기보배는 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케이크를 하나 사 왔다. 그 후 오진혁에게 기보배는 ‘여자’가 되버린 것이다.

대표팀 선후배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며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둘의 교제 사실이 알려진 뒤 대표팀은 걱정이 앞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에서 커플이 된 박경모와 박성현이 그해 올림픽 개인전에서 각각 은메달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진혁과 기보배는 달랐다. “연애하느라 운동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더 열심히 연습을 했고 당연히 실력은 더 좋아졌다. 힘들때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며 좋은 성적을 만들어 갔다. 대표선발전 역시 나란히 1위로 통과했고 두 선수 모두 에이스 자리인 3번 자리를 꿰찼다.

대표팀에 합류한 뒤 좋은 성적을 보였던 기보배와 달리 오진혁은 힘든 선수 인생을 지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99년 깜짝 국가대표로 발탁됐지만 이후 몇 년간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스트레스로 몸에 안 좋은 것만 골라 하고 당연히 성적도 좋을 리가 없었다. 이런 그를 반겨줄 팀은 없었다.

2006년 소속팀 현대제철은 그를 방출했다. 오진혁은 “그때가 선수 생명의 위기였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대회를 나가고 그만두자’고 결심하고 어떤 대회를 나갔는데 그때 의외로 좋은 성적을 올려 선수 생명을 이어가게 됐다”고 했다. 이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자 현대제철은 지난해 다시 그를 팀원으로 받아들였다.

공교롭게 오진혁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한 것은 기보배와 교제를 시작한 기간과 거의 일치한다.

둘은 이미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고 종종 왕래도 하고 있다. 올림픽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면 정식 상견례도 가질 예정이다. 오진혁은 “정식으로 청혼한 것은 아니지만 보배와 결혼 얘기는 서로 했다. 늦어도 내년에는 결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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