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헬조선’ ‘수저계급론’ 젊은 사람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단어들이다.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무의미한 희망보다 정곡을 찌르는 ‘사이다 멘트’를 더욱 지지하는 사회. 긍정 캐릭터의 끝판왕 빨강머리 앤이 지금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면 소녀 감성 폴폴 날리며 낭만 캐릭터로 남아있을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에서 탄생한 일러스트. 공감의 NO를 맛깔나게 그리는 빨강머리N 작가 최현정을 만나 그녀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PART 1. 빨강머리N은 썅툰?! 통쾌한 No를 날리는 빨강머리N.

-안녕하세요~ 작가님 ^0^ SNS에서 유명한 작가님을 인터뷰하게 돼 영광입니다. 시선뉴스 독자 여러분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독거 처녀 최현정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8월부터 빨강머리N이라는 1컷 툰을 그리고 있어요. 삶의 고통, 하기 어려운 말들, 욕 나오는 에피소드를 내숭 없이 표현하는 일명 ‘썅툰’입니다. 하하 과격하죠? 올해 3월에는 이 툰들을 모아 에세이 책이 나왔습니다.

▲ (출처/빨강머리N 인스타그램)

-저 궁금한 게 있어요~! 작가님의 캐릭터, 빨강머리N으로 캐릭터를 지정하고 만드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지난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든 시기였어요. 결국 회사를 쉬면서 집에서 요양을 하게 됐죠. 쉬면서 내 삶을 돌아보니 화가 나는 거예요.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돌아볼 수록 불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 때 생각난 것이 빨강머리 앤이었어요. 긍정적이고 낭만적인 캐릭터, 빨강머리 앤은 어린 시절 저에게 로망과도 같은 친구였어요.

-맞아요. 저도 어렸을 때 빨강머리앤 애니메이션 빼놓지 않고 다 봤어요! 정말 좋아했죠.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빨강머리 앤이 ‘헬조선’이라는 이 시대의 대한민국에 태어나 자랐어도 낭만적이었을까? 지금 나와 같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생각만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현실적인 빨강머리 앤을 만들고 싶었어요. 싫은 건 싫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캐릭터로요. 마지막 N은 ‘NO’의 의미이기도 해요.

-이렇게 심오한 의미가 있었다니. 작가님의 설명을 듣고다니 그동안의 작품들이 더욱 이해가 되네요. 그럼, 일러스트 내용은 꼭 작가님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네요?

네. 그렇죠. 제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생활 속에서 느끼는 것들을 메모하고 그것들을 그리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들도 많이 있지만, 제가 경험한 것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의 모습들을 관찰하고 ‘아, 저런 마음이겠다.’ 생각하고 그리기도 합니다.

▲ (출처/빨강머리N 인스타그램)

-빨강머리N을 SNS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연재하는 곳으로 SNS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딱히 SNS를 택한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에요. 내가 올리고 싶을 때 올리고 쉴 땐 쉬고 그냥 회사 일 외에 다른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개인계정에만 취미 삼아 1일1툰 올렸는데, 한 달도 안 되서 ‘디아티스트매거진’ 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렇게 다음 스토리볼에 연재가 되었고, 지금은 가끔 네이버 포스팅으로 올라옵니다.

딱히 돈을 받으며 연재를 하지 않고 내 SNS를 기반으로 활동 하면서 좋은 점은 남의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남에게 돈을 받고 그려주는 것도 아니고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것도 아니죠. 남들과 생각이 다를까봐 욕먹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에요. 볼 사람은 계속 보고, 맘에 안 드는 사람은 그냥 보지 말라는 태도로 일관할 수 있어요. 내 개인계정인데, 뭐 어때요~

-빨강머리N을 그리시면서 가장 중점에 두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어떤 메시지를 가장 많이 담고 싶으세요?
착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힘내. 잘 될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해.’ 라는 말이 더 이상 힘이 되지 않는 세상이잖아요. 그저 속에 쌓인 것들을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마음이 편해집니다. 억지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지 않고 싶어요. 못되고 게으르고 솔직한 우리의 이야기들 그대로 담고 싶어요. 삶은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니까요. 어떤 이들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면, 저 같은 인간 하나 정도는 좀 못되고 욕도 좀 하고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 하하하. 맞아요. 요즘 트렌드가 ‘사이다 멘트’잖아요. 빨강머리N도 보면 정말 목캔디 100개 먹은 듯한 통쾌함과 상쾌함을 맛 볼 때가 있어요.
네~ 저의 이런 마음을 함께 공감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구독자들이 좋아하는 에피소드 BEST3와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에피소드 BEST3를 꼽아주세요~

▲ 구독자 마음= 작가 마음 BEST3 작품(출처/빨강머리N 인스타그램)

구독자들이 좋아하는 BEST3는 제가 좋아하는 BEST3도 같습니다. 구독자 마음이 내 마음, 내 마음이 구독자 마음.

-저는 개인적으로 ‘나 오늘...’ 이라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하하하하 제가 워낙 꾸밀 줄 몰라서 회사에 편하게 다니는데... 가끔 치마입고 화장을 하고 오면 그렇게 회사 사람들이 놀리고 하시거든요. 이 작품 보면서 ‘ 맞아... 여자라면 이럴 때가 있지... 나도 여자였어’ 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하하하하하~~~~
여성분들이라면 공감하는 순간이죠. 하하

▲ (출처/빨강머리N 인스타그램)

-지금 연재하는 1컷 일러스트 말고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기회가 된다면 본격적으로 만화도 그려보고 싶어요. 생계유지가 가능하다면요. 하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1컷 만평을 보는 것처럼 통쾌하고 담은 메시지가 강력한 빨강머리N. 2030 여성이라면 빨강머리N이 갖고 있는 생각과 말에 깊은 공감을 느낄 것이다.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원활한 회사 생활을 위해,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앞으로는 '괜찮아 질거야' 라고 생각하고 Yes라는 긍정적인 말만 되뇌이며 살아왔다. 빨강머리N 그렇게 살아온 우리에게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No라고 대답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