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interview 시즌2가 새롭게 개편되었습니다. 시즌2는 시즌1에서 다뤘던 화제의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는 달리 서민들과 중소상인들의 삶을 세밀하게 관찰해 그곳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일상생활과 삶의 애환을 담아 독자들에게 희망메시지를 전달해주고자 합니다.

 
일시 : 2월 27일~28일
장소 : 강변역 1번 출구 계란빵판매점
 
[시선뉴스 박지수PD] 퇴근하는 길. 
계란빵을 좋아하는 어머니 생각에 들리기 시작한 강변역 계란빵 가게 … 조그만 가게 안에서 계란빵 아주머니는 따뜻한 계란빵 1개에 정을 담아 팔고 계셨다. 추운 겨울에도 항상 밟게 웃으시면서 손님들을 반겨주시는 아주머니. 그런 아주머니의 인터뷰 첫 마디는 “내가 옛날에 벙어리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살았어…”라는 충격 발언을 하셨다. 이 아주머니는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
 
 
PD :  벙어리요?
계란빵 아주머니 : 옛날얘기지만… 내가 처음 애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단 돈 천원이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남대문 시장에서 아이스박스에 음료수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장사를 했었죠. 근데 그 주변에 40년 동안 장사했던 할머니, 경비, 전과자 애들이 다 나가라고 저를 괴롭혔었요... 저는 그때 돈도 없고, 배운 것도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이 장사 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욕을 해도 제가 약자이기 때문에 계속 묵비권만 행사했어요. 아무 말도 안하고 정말 꿋꿋이 견디니까 그 사람들이 저한테 벙어리라는 소리까지 하더라고요.
 
PD : 그때는 정말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런데도 계속 장사를 하셨어요?
계란빵 아주머니 : 휴… 그렇게 벙어리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묵비권을 행사했지만, 저도 어쩔 수 없이 큰 소리 낼 때가 있었죠. 제 물건을 건드릴 때 … 노량진 컵밥 아주머니 사건 혹시 아세요? 그것 보다 심했어요. 그치만 집에서 애들 셋은 밥을 굶고 있는데 저도 그냥 물러설 수가 없잖아요. 죽느냐 사느냐가 문제인데 악착 같이 버텨냈죠. 그래서 제가 18년 동안 남대문에서 장사를 했어요. 호호호호 해피엔딩 ^^
 
PD : 하하하하 정말 다행이네요. 18년 동안 하셨으면 엄청 오래 하셨네요~
계란빵 아주머니 : 오래 했죠. 어떻게 들어갔는데 호호호 제가 그때 돈을 어떻게 모았느냐면 …이런 얘기하면 사람들이 바보라고 그러는데 호호호 저는 18년 동안 하루에 천원 벌고 이천 원을 벌어도 꼬박꼬박 365일에 하루도 안빠지고 은행에 갔어요. 그때는 은행이 없어서 남대문 시장에서 지금 시청있는 쪽까지 걸어가야 했었거든요. 가는데 한 20분 정도 걸려요~ 그 거리를 저금하려고 맨날 걸어 다녔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바보냐고 3~4일에 한번씩만 가라고 하는데 내가 돈을 갖고 사는 게 아니니까 그때 집도 빚져서 살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안하면 돈이 안모이니까 꼬박꼬박 가서 저금을 했었어요.
 
PD : 와…. 말로만 들어도 그 의지가 느껴지네요.. 정말 열심히 사셔서 제가 감동받았어요. 하하
계란빵 아주머니 : 그럼요. 제 아이들이 힘들어 할 때 마다 하는 얘기가 ‘천천히 가도된다. 포기 하지 말아라’ 라고 항상 얘기를 해요. 제가 남대문 시장에서 정말 힘들어서 포기 했다면 아마 이 세상에 없었을 거예요. 
 
▲ 아주머니가 힘들게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에게까지 힘들었던 그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남대문 시장 노점 장사 18년, 아주머니는 어떻게 계란빵 장사를 시작하게 됐을까?
 
그때 들어온 손님
 
손님 : 안녕하세요. 계란빵 세 개 주세요~
계란빵 아주머니 : (손님에게) 하나 더 많이 시키시네 원래는 두 개만 사가시잖아
손님 : 네. 더 먹으려고요, 하하
PD : (손님에게) 여기 단골이신가 봐요?
손님 : 네. 단골이에요~ 맛있어서 근처 올 때 마다 사먹어요.
계란빵 아주머니 : 처음 오시는 분들은 계란빵을 먹으려고 생각해서 오는게 아니라 그냥 가다가 계란빵이 예뻐서 온데요. 호호호 
 
PD : 하하 계란빵이 카스텔라 같아요 ^^ 근데 어떻게 계란빵 장사를 시작하시게 된거에요?
계란빵 아주머니 : 이거 얘기하려면 오늘 밤새야 하는데~ 호호호 남대문 시장에서 일을 하다가 이제 가게를 한번 해보자! 해서 신세계 백화점에서 아무도 장사를 하지 않던 직원들 탈의실 옆에서 떡볶이 장사를 시작했어요. 근데 백화점이 문을 닫을지 누가 알았겠어요...L회사에서 주변 땅을 다 사들이면서 저도 장사를 못하게 됐죠… 그렇게 8년 정도 쉬다가 다시 가게를 하게 된 거예요. ^^
 
PD :  헐… 정말 백화점이 망할거라고 누가 상상을 하겠어요. 그럼 8년 동안 쉬시면서는 뭘 하셨어요?
계란빵 아주머니 : 백화점이 문을 닫히고 나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가 계속 서서 일했더니 다리에 무리가 갔나 봐요.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수술을 안하면 다리를 못 쓴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충격에 휩싸는데.. 그때 의사 선생님이 어떤 주사 다섯 번만 맞으면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저는 수술소리에 깜짝 놀라서 바로 주사를 맞았어요.  근데 그때 글쎄 주사에 균이 들어간 거예요. 의료사고가 난 거죠... 병원 의사들이 하는 얘기가 “이런 환자는 의료사고만 안 생겼어도 평생 자기 다리 가지고 사는데 안타깝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장사는 못하고 병원에 있었어요.
 
PD : (울쌍) (걱정스럽게) 그럼 지금은 다리가 괜찮으신 거에요?  
계란빵 아주머니 : 지금은 병원도 계속 다니고 재활치료로 수영하면서 많이 나았어요. 죽는 거 아니니까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호호호^^
PD : (아... 아주머니 긍정적 이시다.. 정말 보기 좋다! ^^)
 
▲ 아픈 몸으로 힘들게 시작한 계란빵 장사. 아주머니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계란빵 가게에 외국인 손님이 찾아왔다.
 
외국인 손님 : (손가락 하나를 펴서 아주머니를 보여준다.)
계란빵 아주머니 : one, Seven hundred (1개, 700원)
PD :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오나 봐요?
계란빵 아주머니 : 그럼요~ 몽골, 베트남, 필리핀 많아서 다 외우지도 못해요. 호호호 그 중에서도 우즈베키스탄 분이 한 분 있었는데, 갑자기 기억이 나네요. 그 분은 이상하게 올 때마다 눈이 빨개가지고 오는 거에요. 피곤하고 영양분도 부족한거지. 참 그 분 보면 맘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항상 외국에 와서 돈 버는 건 좋지만, 너무 오래 있지 말고 가족들한테 가라고... 적당히 돈 벌어서 가족들이랑 건강하게 행복한 생활 하시라고 얘기를 했어요. 근데 그 분이 지난번에 오더니 다음달에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짠하고 덩달아 저도 좋더라고요. ^^
 
PD : 우와~ 그럼 아주머니 진짜 영어 잘하시나 봐요?
계란빵아주머니 : 호호호호호호호 우주베키스탄 그 분이 한국말을 잘하세요. 호호호호
PD : 아 그렇군요 ^^; (반전이다)
 
또 다른 손님
 
손님 : 안녕하세요. 계란빵 여섯개 주세요.
계란빵 아주머니 : 네~ 근데 계란빵이 익으려면 5분 정도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 괜찮으시겠요? ^^
손님 : 그럼요~ 하하 오늘도 바쁘신가 보네요.
계란빵 아주머니 : 퇴근 시간에는 항상 바빠서 매일 기다리게 하네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PD : 장사가 잘되시나봐요?
계란빵 아주머니 : 다행히 단골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세요. 어떤 분은 22개씩 사가시는 분도 계세요. 그 집 아주머니가 입맛이 굉장히 까다로운데 글쎄 우리 계란빵만 드신다네요. 호호호 한번에 다 드시는 게 아니라 전자레인지에 데워 드신데요. 그 아저씨도 지극 정성 이죠. 호호호 계란빵은 한번에 12개씩 밖에 굽지를 못하거든요. 굽는데 10분 걸리니까 22개를 구우려면 20분에서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이 추운 날에도 서서 기다리다가 사서 가더라고요. ^^ (손님에게 계란빵을 싸주시면서) 여기 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PD : 저도 여기서 자주 사먹지만, 정말 맛있어요. ^^ 특별한 비법이 있나요?
계란빵 아주머니 : (장난스럽게) 여기서 얘기해줄 수 없는 특급 비밀이 있죠. 호호호 사실 별거 아닌데
계란빵을 만들 때 제 가족들이 먹는 음식을 만든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다른 가게와 다르게 다 만들어져 있는 반죽을 사서 쓰는게 아니고 직접 집에서 반죽을 만들어요. 사서 쓰는 반죽은 영양분이 조금 덜 들어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좋은 재료들을 더 넣어서 반죽해요. ^^ 비록 제가 돈을 받고 파는 음식이지만, 손님들이 제가 만든 계란빵을 맛있게 드셔 주시는게 저의 보람이거든요.
 
▲ 세상 살아가기 바쁜 요즘 시대에 계란빵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겁게 느껴질 수 있는 이유는 계란빵 아주머니가 손님을 가족처럼 대하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PD : 그럼 마지막으로 계란빵 장사의 수익은? 두둥!!
계란빵 아주머니 : 호호호호 계란빵은 한번에 구울 수 있는 개수가 정해져 있고 굽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수익 많지 않아요. 더 열심히 해서 많이 벌어야죠! ^^ 아직 갚아야 할 빚들이 있거든요.... ^^
 
PD : 궁금하지만, 네. ^^ 
계란빵 아주머니 : 호호호 많이 팔아주세요~
 
PD : 저희가 땅콩인터뷰는 릴레이 방식이라서 다음 인터뷰 대상자를 지목해 주셔야 해요. 생각하신 분 있으세요?
계란빵 아주머니 : 음.. 저희 단골손님중에 연극배우가 정우준씨가 있어요. 그 분이 진짜 자기 일에 열정을 갖고 사시는 분이세요. 또 이번에 영화 찍으셨다고 했으니까 인터뷰해보시면 좋겠네요. ^^
 
 
 
 
※ 시선뉴스 '땅콩 인터뷰' 시즌2는 중소상인, 서민들의 삶을 세밀하게 관찰해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일상과, 그들의 애환을 담은 ‘특별한 인터뷰’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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