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휴대전화, 메일 같은 통신 수단을 이용해 상대방을 교묘하게 속여 금융정보를 빼내 돈을 인출해가는 등의 사기수법인 ‘보이스 피싱’. 보이스 피싱의 피해가 늘자 사회적인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보이스 피싱의 피해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유는 경각심만큼 보이스 피싱의 수법도 날로 섬세하고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전화상이 아닌 직접 대면하는 방식의 보이스 피싱까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의 경각심을 무너뜨리기 위해 가짜 신분증과 사이트를 만들고 여성 명문대생을 고용하기까지 했다.

 

먼저 가짜 대검찰청 홈페이지를 만든 뒤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해 “계좌가 범죄조직에 악용되고 있다”며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갈취한 중국인 A씨(29) 등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수법은 이러했다. A씨는 지난달 16일 회사원 B씨(29·여)에게 전화를 걸어 “계좌가 범죄조직에 이용되고 있다”고 접근했다. 보통 여기까지 말을 하면 보이스 피싱임을 의심하고 끊게 되지만 이들은 피해자에게 직접 수사를 위해 만나자고 제한하며 B씨를 커피숍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직접 피해자와 대면한 자리에서 위조한 금융감독원 직원 신분증을 보여주며 피해자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심지어 B씨에게 미리 만들어 놓은 허위의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사건내용’까지 열람하게 해 허위 피해사실을 믿게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A 일당은 경각심을 푼 피해자 B여성에게 “계좌에 있는 예금을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건네면 보호해 주겠다”며 현금 7000만 원을 가로챘고 이 같은 수법으로 서울 강남과 경기 부천 등 수도권에서 직장인과 주부, 유학준비생 등 20∼30대 여성 10명에게 무려 4억 원을 가로챘다.

뿐만 아니라 다른 보이스 피싱 조직은 우체국 직원이라고 속여 직접 찾아가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특히 피의자 3명 가운데 구속된 C 씨 등 2명은 서울 명문대에 재학 중인 여성 중국인 유학생으로 확인됐는데, 젊은 명문대 여성의 경우 아파트를 출입은 물론 피해자와 대면 시 의심을 덜 받는 점을 노리고 유학생을 범죄에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그동안 보이스피싱은 주로 전화를 이용해 왔지만,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자 직접 찾아가 위조 신분증과 사이트를 보여주며 경계를 무너뜨리는 ‘찾아가는 보이스 피싱’ 수법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이 날로 진화하는 수법에 비해 그에 대한 당국의 대응방안과 처벌 등 대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물론 개인에게 낚시 방식으로 다가가는 만큼 예방책 마련에 많은 어려움은 있다. 하지만 고도화 되는 방식에 걸맞는 대응책은 물론 애초에 이러한 범죄 행각을 구상하지 않도록 엄정한 처벌이 필요한 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접근해 오는 보이스 피싱'을 직접 자신이 해당 기관에 의뢰해 확인하는 등 스스로 피해를 방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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