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우리나라 속담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깊은 물이라도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알아내기 힘들다는 말을 비유하는 것이다.

이는 선거에서 비교적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여론조사를 통해 압도적인 지지율을 받고 있던 후보가 막상 선거 당시에는 지지율만큼의 득표율을 받지 못해 탈락하는 일이 발생한다.

이번 미국 대선이었던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결이 그러했고 우리나라에서는 19대 총선에서 각 정당의 텃밭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이변의 결과가 일어난 선거지역이 많았다. 이처럼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결과가 다른 현상을 ‘브래들리 효과’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숨은 표’를 의미하기도 한다.

 

‘브래들리 효과’는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유래됐다. 당시 민주당의 흑인 후보였던 토머스 브래들리는 공화당의 백인 후보인 조지 듀크미지언과 경쟁하였다. 브래들리는 선거 전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 높은 지지율을 얻은 것은 물론, 선거 날의 출구조사에서도 듀크미지언보다 앞섰다. 그러나 선거 당일, 개표한 결과는 여론 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펼쳐졌다.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던 브래들리는 1.2%의 근소한 차이로 듀크미지언에게 패배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인종적 편견을 숨기고 싶은 일부 백인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때 흑인인 브래들리를 지지한다고 거짓으로 응답하였고, 지지하는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였다고 응답한 백인 유권자들 가운데 많은 수가 백인인 듀크미지언을 선택한 결과로 분석됐다.

또 출구조사에서도 조사원의 인종에 따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사실대로 밝히기 곤란해 하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상반된 결과는 1983년 시카고 시장선거와 1989년 뉴욕 시장 선거 등 ‘흑백 대결’에서 똑같이 발생했다.

미국 대선에서 브래들리 효과가 적용되지 않았던 때는 2008년 미국 제44대 대통령 선거다. 민주당의 흑인 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공화당의 백인 후보 존 매케인을 상대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 당선이 유력했다. 개표 결과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로 오바마가 압도적으로 승리하여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비유할 정도로 국민들이 구체적인 주권행사를 하는 방법 가운데 대표적이다. 그렇기에 정치인을 비롯한 국민들의 선택을 받는 사람들은 늘 ‘숨은 표심’을 주시해야한다. ‘브래들리 효과’는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숨은 표심’의 중요성을 시사 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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