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매년 연말이 되면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단어가 선정되어 발표되곤 합니다. 2015년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단어는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함을 의미하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고, 그 전년도인 2014년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휘두르는 경우를 뜻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가 뽑히기도 했습니다.

기가 막힐 정도로 한해의 상황을 표현해주는 사자성어이기에, 단어가 선정되면 숙연해지기 일쑤입니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단어는 무엇이 될까요. 어떤 단어가 뽑힐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역대 가장 씁쓸한 단어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가운데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대한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출처 - KBS 2TV 개그콘서트

사상누각(沙上樓閣). 모래사(沙), 위상(上), 다락 루(樓), 집각(閣)의 글자로 만들어진 사상누각은 모레 위에 세워진 누각이라는 뜻으로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곧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입니다.

어떤 건물을 짓든지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하여 지질을 검사하고, 그 검사의 여부에 따라 건물을 세울지를 판가름하게 됩니다. 만약 지반이 약하면 흙을 다지고 자갈을 깔아서 튼튼하게 만든 후에 주춧돌을 세워야 하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모래 위에 누각을 세운다면 완성되기도 전에 무너질 겁니다.

이와 같이 사상누각이란 기초가 허술한 모래 위에 누각을 짓듯 기초가 약하여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에 쓰는 말로, 사상누각은 건축에서 뿐 아니라 사상(思想)이나 정책에서도 그 기반이 단단하지 못한 경우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상누각이라는 사자성어가 각 포털사이트를 점령한 것은 지난 20일 청와대의 발표 때문이었습니다. 청와대는 11월 20일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수사팀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인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라며 "심히 유감스럽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 청와대는 국회의 '탄핵' 절차를 통해 대통령의 법률적 책임 유무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보인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에 사용된 사상누각은 오히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빗대는 말에 더 어울리다는 평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단단하지 못한 현 정책과 상황들이 마치 모래성과 같고, 이는 불안한 정국을 표현하는 동시에 청와대의 발언을 비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상누각. 지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많은 사건들은 대부분 사상누각으로 일어난 것일 겁니다.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세월호 사건 등 모든 사건이 아마도 그럴 겁니다. 과거의 역사를 교훈삼아 밝은 비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이, 마치 마법사의 마법으로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요즘입니다. 멈추어버린 대한민국 시간이 하루빨리 진행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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