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유진] 하루 종일 노래 한 곡만을 흥얼거리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운전대를 잡고 있거나 양치를 할 때와 같이 많은 집중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는 물론이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을 때조차도 머릿속에서 노래가 끊임없이 맴돌던 적이 있을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98%의 사람들이 이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는 90% 이상의 사람들이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 겪고, 약 4명 중 1명은 하루에도 몇 번씩 겪게 되는 아주 흔한 현상이다.

▲ 하루 종일 귓가에서 맴도는 노래의 정체 ‘이어웜’ [사진/flickr]

이렇게 노래의 일정한 멜로디와 가사가 끊임없이 반복되며 머릿속을 맴도는 현상을 영어로 ‘이어웜(earworm, 귓속 벌레)’이라고 한다. 귓속에 벌레가 있어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노래가 귓가를 맴돌아 본인의 의지로 멈출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현상은 노래가 머릿속을 맴돈다는 점에서 brainworm(뇌벌레)라고도 한다. 뇌 안쪽 깊숙한 곳에서 계속해서 같은 구절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또한 마지막에 들은 노래를 하루 종일 흥얼거리게 된다고 해서 '라스트송 신드롬(last song syndrome)'이라고도 부른다.

이어웜을 쉽게 일으키는 노래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이 노래들은 박자가 빠르거나, 흔한 멜로디 형식을 사용하거나, 불규칙적이고 특이한 음정 간격을 유지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짧은 후렴구에 반복되는 가사를 가진 후크송이어서 리듬과 가사의 패턴이 간단하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더 쉽게 기억이 되고 흥얼거리게 되면서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특히 수능시험 기간에는 이어웜 현상을 일으키는 몇 가지 곡이 ‘수능금지곡’으로 선정되기도 한다. 수험생들이 뽑은 대표적인 수능 금지곡으로는 한 번 링딩동을 시작하면 머릿속에서 무한히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샤이니의 ‘링딩동’과 한 곡에 pick me라는 구절이 50번씩이나 나오는 프로듀스101의 ‘PICK ME’ 등이 있다. 수능을 보는 동안 계속 이 노래들이 귓가에서 맴돌면 집중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어 수능 금지곡이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어웜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먼저 자연의 소리를 통해서 극복이 가능하다. 자연의 소리에는 파도소리, 풀벌레 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심장박동소리 등의 백색소음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평상시 자주 듣던 안정된 소리이며 리듬이나 의미가 따로 없기 때문에 이어웜 현상을 쉽게 덮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어웜이 발생한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듣는 것도 극복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자극적인 부분만 반복해서 듣지 않고 오히려 노래 원곡을 들으며 즐기다 보면 특정 부분이 귓가에서 맴도는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

껌을 씹으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서 귓가에서 맴돌고 있는 노래를 서서히 잊어간다거나 휴식을 취할 때 반복적인 리듬이 있는 노래를 피하는 것도 이어웜을 극복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이렇게 멜로디와 가사가 귓속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이어웜 현상. 간혹 ‘이 노래가 왜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지?’라는 생각이 들어 신기하게 느껴진다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인지하고 관심을 다른 데 두되, 일부러 멈추게 하려 하지 말자. 일부러 다른 노래를 들으려고 하다보면 어느 순간 또 다른 노래가 이어웜이 되어 귓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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