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이유진 인턴] A형, B형, O형 그리고 AB형. 우리가 흔히 말 하는 ABO 혈액형이다. 그런데 알고보면 도넛 모양의 적혈구 표면에는 A, B, D, C, c, E, e 와 같은 수많은 항원들이 있다는 사실! 그 항원들의 유무에 따라 다양한 혈액형이 결정된다고 한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던 희귀 혈액형 몇 가지를 알아보자.

 

◆ cis-AB형
우리나라 사람만이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혈액형이다. 특히 전라남도 해안지역 쪽에 많으며 중국과 일본에 일부 분포하고 있지만 보유자의 대부분이 한국계라는 점이 특징이다. cis-AB 보유자는 하나의 염색체에 A와 B의 인자가 모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혈액형 보유자와 O형이 결혼하면 자녀의 혈액형은 A, B, AB, O형 모두가 가능하다. 이 혈액형은 보통 A형이나 B형 또는 AB형으로 진단되기도 하며 AB형 혈액 외에 O형 혈액도 수혈 받을 수 있다.

◆ weak A, B형
이 혈액형은 일반적인 A형, B형에 비해 항원의 수가 적은 혈액형이다. 이들 중 몇몇은 A항원이나 B항원의 수가 극히 적어 종종 O형으로 판명되기도 하기 때문에 수혈을 받을 때는 O형의 혈액을 받아도 된다.

◆ weak D형
Rh식 혈액형의 하나로 혈액 속에 D항원이 매우 적게 나타난다. 이 혈액형 보유자들은 스스로가 Rh+형인지 Rh-형인지 혼동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직접 정밀검사를 받아야 자세히 알 수 있다. 헌혈을 할 때는 Rh+로 간주되지만 수혈 받을 때는 Rh-의 피를 수혈 받아야 한다.

◆ Rh- 형
이 혈액형은 Rh식 혈액분류의 하나로, 대립인자 C, D, E 가 존재하는데, Rh+의 경우 이 3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이중에서 D가 없는 경우를 Rh-라 일컫는다. 이 혈액형 보유자가 Rh+의 혈액을 수혈 받을 경우에는 체내에서 항체가 형성되어 수혈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Rh-끼리만 수혈이 가능하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는 전체인구의 20% 정도로 흔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0.1~0.5%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

◆ Rh null
Rh식 혈액형중 하나로 C, D, E 세 가지 인자가 모두 없는 혈액형이다. 전 세계 인구의 0.01%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매우 희귀한 혈액형이다. 이 혈액형 보유자들은 혈액 속에 혈액형 항원이 전혀 없어서 A형, B형, O형, AB형 등 모든 혈액에 수혈을 할 수 있어서 '골든 블러드 혈액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Rh null 혈액형 보유자가 수혈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Rh null 보유자들끼리만 수혈을 받아야 한다.

◆ -D-/-D-(바디바바디바)
D항원은 갖고 있지만 C, c, E, e항원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다. C와 E 등이 없다는 이유로 –D-/-D-라고 표시하며 -를 '바'라고 읽어 바디바바디바 형이라고 말한다. 이 혈액형은 -D-형질 자체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바디바바디바 보유자는 30만분의 1 확률로 존재한다. 보유자는 혈장에 특이한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같은 혈액형 보유자 이외의 사람에게는 절대로 수혈을 받을 수 없다. 부모 모두 바디바바디바 형이면 아이 역시 바디바바디바 형이 되는데, 바디바바디바 형인 여성과 그렇지 않은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태아의 적혈구가 파괴되어 유산하게 된다.

◆ 더피식혈액형
1950년 혈우병 환자인 '더피'의 혈청 속에서 발견된 혈액형으로 흑인종의 90%정도가 해당된다. 이 혈액형은 항Fya, 항Fyb항체에 의해 Fy(a+b-), Fy(a+b+), Fy(a-b+)와 흑인에 많은 Fy(a-b-)의 4형으로 구분된다. Fy(a-b-)형이 삼(三)일열학질(말라리아)에 저항성이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 밀텐버거 혈액형
이 혈액형은 인간의 질병과 관련된 20여개 혈액분류체계 중 하나이다. 이 혈액형 보유자는 태국(인구의 9.7%), 대만(7.3%), 홍콩(6.3%)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흔하지만 중국과 일본, 미국 등에서는 0.1% 미만일 정도로 드물다. 태아의 적혈구를 파괴하는 신생아 용혈성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자신과 다른 혈액형 보유자의 피를 수혈 받았을 때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수혈부작용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혈액형을 가진 보유자는 빈혈로 인해 수혈을 받아도 곧바로 피가 녹아 없어지므로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된다.

◆ MkMk형
이 혈액형은 ABO와는 다른 MNSs 혈액형의 일종이다. 보통은 MNSs 혈액형의 경우 인자 M, N, S, s 항원이 모두 있거나 하나 정도만 없는데 MkMk는 M, N, S, s 항원이 모두 없는 혈액형이다. 이 혈액형은 특히나 더 희소해서 공급량이 매우 부족하다.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던 이 혈액형 보유자 두 명이 1970년대 일본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 Oh(봄베이 블러드)
이 혈액형은 보유자가 봄베이(뭄바이)에서 처음 발견되면서 봄베이 블러드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A, B, O형을 결정짓는 적혈구 표면항원은 H 인자가 만드는 물질에 A나 B 인자가 만드는 물질이 붙음으로서 활성화되는데 Oh형 보유자는 H 인자가 없기 때문에 A나 B가 적혈구 표면에 활성화되지 않으므로 혈액형 검사를 하는 경우에 O형으로 나오게 된다. 이 혈액형 보유자의 혈장에는 anti-H 항체가 생성되고 이 항체가 다른 모든 혈액형의 적혈구를 파괴하기 때문에 Oh형 보유자끼리만 수혈이 가능하다.

이상 희귀 혈액형에 대해 알아보았다. 혈액형은 염색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특정 항원의 유무 등에 따라서 결정되고, 이후 유전적인 정보가 모두 결정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우리가 몰랐던 희귀 혈액형의 종류는 훨씬 더 많다. 희귀 혈액형 보유자가 급하게 수혈 받아야할 상황에 처했을 때 해당 혈액형 보유자를 찾을 수 없어서 위급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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