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익숙함은 편안함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무력감이 들게 하기도 한다. 따라서 편안함으로 인해 익숙한 일은 능숙하게 해내기도 하지만, 무력감 때문에 익숙한 일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만약 매일 가는 학교와 회사임에도 출근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지각한다면, 이는 익숙함의 단점, 후자의 경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익숙함'이 뇌에 미치는 특정한 영향이 지각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 출처 - pixabay

학술지 '해마(Hippocampus)'저널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 뇌는 익숙한 공간의 '면적'과 '이동시간'을 상반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면적은 과대평가하지만 이동시간은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회사로 출근하는 거리는 실제보다 먼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동하는 시간은 실제보다 가깝다고 왜곡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9개월간 같은 빌딩에 거주한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A4 용지 한 장에 그들이 사는 지역을 지도로 그려보도록 했다. 실험참가 학생들은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걸어서 이동해본 경험은 있지만 운전해서 이동해본 경험은 없다. 스케치하는 시간은 제한을 두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그리도록 했다. 또 그들이 거주하는 빌딩은 연구팀이 제시한대로 일정한 비율의 크기로 지도에 표기했다.

지도를 그린 뒤에는 그들이 사는 빌딩에서 특정 목적지까지 걸어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이 제공한 해당 지역의 위성지도를 본 뒤 매일 그들이 걷는 경로를 표기했다.

실험 결과, 학생들이 그린 지도는 그들이 자주 걷는 익숙한 거리를 중심으로 스케치됐으며 익숙한 길은 낯선 길보다 큰 공간으로 과장돼 표현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동시간에 대해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낯선 거리보다 익숙한 거리를 실제보다 더 짧게 인식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면적'과 '이동시간'을 계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뇌의 신경체계가 서로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동시간은 일반적으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계산되는 반면, 지도 그리기를 통한 공간의 크기는 경험이 아닌 복원이라는 사고과정을 통해 일어난다.

이러한 원리 때문에 우리는 익숙한 곳을 향할 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동시간을 참조하는데, 실험에서 확인했듯 이동시간은 과소평가된다. 실제보다 짧은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는 착각 때문에 시간을 빠듯하게 잡고 출발하게 되는 것이다.

즉 아는 길 일수록, 익숙한 길 일수록 자만하지 않고 넉넉하게 시간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원만한 출근길이 되며 회사에서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