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회계에서 흑자는 수익이 비용보다 많은 경우를 의미하며 적자는 비용이 수익을 초과했을 때 그 초과부분을 적색으로 표기한 것으로 흑자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기업이나 개인이 흑자를 기록하면 이익을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흑자이면서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 바로 불황형 흑자일 때다.

최근 조선업계를 비롯하여 많은 업체들이 불황형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는데 과연 불황형 흑자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불황형 흑자는 형태는 흑자의 모습을 띄지만 실상으로는 경기침체의 내용을 가지고 있는 흑자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추구하는 형태의 흑자는 많은 수출과 적당한 수입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 하는 ‘호황형 흑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불황형 흑자는 불경기로 인해 수출과 수입 모두가 둔화된 상황에서 단순히 수입의 감소량이 수출의 감소량보다 더 많아 발생하는 표면상의 ‘흑자’다. 이런 상황이라도 어쨌든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회계에는 적색 글씨가 아닌 흑색 글씨로 기록이 된다.

하지만 불황형 흑자는 전혀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체 매출량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기업의 절대적인 이익 역시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은 불경기가 지속되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의 산물이 바로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낮아진 수요로 인한 매출 감소로 생산을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불필요해진 인력과 시설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감행하게 된다. 구조조정이 감행되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소득은 더 줄어들고 소득이 줄어들면 소비를 하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 출처/픽사베이

우리나라에서 불황형 흑자는 주로 환율이 높아질 때 발생하는데, 불경기인 상황에서 환율이 높아지면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의 감소폭은 줄어드는데 반하여 수입의 감소폭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가계에서도 불황형 흑자가 발생한다. 불황으로 인해 지갑이 열리는 것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의 소비가 줄고 저축이 느는 것이다. 자고로 경제는 소비와 지출이 원활하게 되어 돈이 돌고 돌아야 건강한 법인데, 불경기가 되어 수입이 줄어들면 쓰는 것을 최소한도로 하고 저축을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적게 벌고 더 적게 써서 흑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경기부진, 소득감소, 소비위축, 경기 둔화 등의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말들과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불황형 흑자가 나타난다면 일시적인 적자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불황형 흑자가 보인다는 것은 그 경제에 진짜로 불황이 시작됐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흑자이지만 흑자라고 할 수 없는 불황형 흑자. 전체적으로 먹을 것이 줄어들었을 때 먹을 것을 늘려 나타나는 흑자가 아닌, 먹을 사람을 쳐내서 나오는 흑자인 만큼 우리는 먹을 것을 늘려 호황형 흑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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