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숨 가쁘게 달려 왔던 미국 대선이 지난 8일 치러졌던 대통령 선거인단 선출로 사실상 끝이 났다. 승자는 아웃사이더 재벌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어찌 보면 매우 충격적인 결과인 이번 대선 결과에 힐러리 클린턴은 패배를 인정했고 승복 연설로 마무리했다. 그녀는 승복 연설에서 "우리는 아직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지는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깰 것이다."라고 말해 미국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벽이 아직도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힐러리의 패배가 정말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 때문일까?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이 최고지도자가 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그리 많지는 않다. 강력한 리더쉽과 더불어 외교 및 군사 등 여성이 전문적으로 다루기 힘든 분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이 최고 지도자가 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리더쉽은 물론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도 전문적인 지식과 카리스마를 통해 최고지도자의 위치에 오르는 여성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비록 탄핵을 당하기는 했지만 브라질의 호세프 전 대통령이 있고 훌륭하게 독일을 이끌고 있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그렇다. 그리고 정치를 여성의 불모지로 여기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등 세계적으로 유리천장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그녀가 말 한 대로 미국에서의 유리천장이 높고 단단해서가 아니다.

이번 대선은 아웃사이더 재벌 출신과 여성의 대결로 볼 수 있었다. 트럼프는 항상 가십거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파격적이고 직설적인 언사로 인해 구설에 오르던 인물이며 엄밀히 말하면 정치하고는 별 상관이 없던 인물이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은 영부인 출신으로 빌 클린턴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는데 큰 영향을 끼쳤던 대물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언밸런스한 대결구도라면 사실 트럼프는 힐러리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56%라는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까지 받았고 그녀 역시도 오랜 시간 동안 정치계에서 입김을 불어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 클린턴 연방 상원의원 공식이미지

그런 그녀의 패착은 그녀에게 부패한 정치인의 이미지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국무장관 시절 보안 지침을 어기고 사설 이메일 계정으로 기밀 사항을 주고받아 특권 의식에 대한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이 사건은 FBI가 상부의 압박을 받아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결국 불기소 처리가 되어 국민들의 분노를 산 바 있었다.

또한 힐러리는 금융규제 등으로 월가(Wall street)를 개혁 한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월가에 고액 강연료를 받고 월가 친화적인 강연을 했다는 폭로가 있어 이중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게다가 그녀의 외동딸인 첼시가 성수기 시즌에 약 4천만원의 숙박비를 자랑하는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낸 것도 그녀의 귀족적인 이미지를 더해 반감을 사게 되었고 몇 몇 사기 사건에 연루되었다가 무혐의 처리 된 것도 그녀가 미국민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나쁜 정치인’의 대표가 되는 것에 일조했다.

실제로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립은 아웃사이더와 여성의 싸움이 아닌 아웃사이더와 힐러리의 싸움이었다. 힐러리는 트럼프의 성추문과 탈세, 막말과 무지를 공격했지만 트럼프는 힐러리와 빌의 부도덕성에 대해 공격을 했고 기존 기득권과 부패한 정치인에 염증을 느낀 미국 국민은 결국 힐러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손을 들어 준 것도 아니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았던 이번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자신의 귀족적이고 부도덕한 이미지로 인해 안게 된 패배. 하지만 그 패배의 원인을 미국 사회에 돌린 '유리천정'이라는 표현을 한 것은 어찌 보면 또 다시 그녀의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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