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 에디터/ 디자인 이정선 pro]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이다. 생활 속 물건들 중 시 속의 풀꽃처럼 ‘이건 무슨 용도로 만들어진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아주 사소한 물품이 있다. 사소해서 그냥 지나쳤지만 알고 보면 ‘풀꽃’처럼 자세히 보니 그 용도가 아름다운 물품을 소개한다.

첫 번째. 볼펜 뚜껑 구멍

볼펜 뚜껑 위쪽에 있는 구멍을 본 적이 있는가? ‘펜촉이 마르지 않으려면 구멍이 막혀 있어야 하는데 왜 뚫려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구멍은 안전을 위해 만들어졌다. 기도가 좁은 아이가 볼펜 뚜껑을 삼켰을 때 질식사할 위험을 낮춰 준다.

이 구멍 뚫린 볼펜 뚜껑 디자인은 1991년 문구용품 제조사인 BIC이 처음 선보였다. 디자인의 효용성이 알려지면서 현재 대부분의 문구 브랜드에서 차용해 일반적인 볼펜 뚜껑의 형태가 됐다. 영국 표준협회 등 정부 관련 기관에서도 인명 사고를 막기 위해 구멍 뚫린 볼펜뚜껑 디자인을 권고하고 있다.

두 번째. 비행기 창문의 구멍

비행기 창문을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높은 고도의 압력을 이겨내기 위해 3중창으로 되어 있는 비행기 창문 안 쪽에 아주 작은 구멍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구멍은 브리더 홀 (breather hole) 이라고 불리며 가장 안쪽 창에만 나 있다. 브리더 홀이 중간 창과 바깥 창의 압력을 조절해 비행기가 높은 고도에 있어도 기내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만들어준다.

세 번째. 새 옷에 들어있는 자투리 천 조각

자켓이나 코트를 샀을 때 주머니 안 쪽에서 발견되는 단추와 천 조각. 옷이 찢어졌을 때 수선용으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선용으로 쓰기엔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이 자투리 천은 세탁할 때 문제가 없는지 알아볼 수 있는 시험용 천이다. 세제를 사용하기 전 자투리 천에 발라 본래 색이나 질감에 변화가 없는지 등을 관찰하는 용도이다. 새 옷을 세탁기에 넣기 전 이 자투리 천을 먼저 넣어 세탁해보자.

네 번째. 청바지 주머니 속 작은 주머니

집에 있는 청바지를 꺼내보자. 청바지 주머니 안쪽을 보면 그 안에 작은 주머니가 하나 더 있을 것이다. 이 주머니의 이름은 ‘워치포켓(Watch Pocket)’으로 초기 청바지 디자인 때부터 있던 것이다, 이름처럼 1800년대 미국의 근로자 계층과 카우보이들 사이에서 당시 귀중품인 회중시계를 넣어주기 편리하도록 제작된 것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회중시계,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회중시계지만 여전히 청바지엔 워치포켓이 남아있다.

다섯 번째. 냄비 손잡이 구멍

냄비 손잡이에 있는 구멍, 보통은 벽에 냄비를 걸어둘 때 사용하지만 또다른 기능이 있다는 점! 바로 조리용 주걱이나 국자, 숟가락 등을 끼워 요리의 편리성을 높인다. 요리 좀 하는 사람이라면 냄비 손잡이 구멍을 이용해보자.

마지막 키보드 ‘ㄹ’과 ‘ㅓ’ 위의 돌기

직장인들이라면 업무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 바로 컴퓨터 앞이다. 나의 손이 가장 많이 머물러 있는 자판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판 ‘ㄹ(F)'과 ’ㅓ(J)' 위에만 작은 돌기가 있다. 이 돌기는 모든 자판에 새겨져 있는데 무슨 용도일까? 이 돌기는 각각 왼손과 오른손 검지를 놓는 이상적인 위치를 나타낸다. 키보드를 보지 않고도 감촉만으로 적절한 손가락 위치를 알 수 있어 어두운 곳에서 타이핑할 때도 도움이 된다.

자세히 보아야지 알 수 있는 생활 속 사소한 물품들의 기능들. 하지만 그들이 가진 기능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는 점.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참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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