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사람이 많은 길거리에서 누군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나서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누군가가 도와주겠지’라는 마음으로 혹은 ‘괜히 도와줬다가...’라는 마음으로 지나치거나 방관했던 적이 없을까? ‘돕는’쪽 보다는 ‘방관’을 하는 것이 보다 쉬울 수 있는 우리의 현대 사회. 유대관계가 점점 옅어지면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처럼 주위에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망설이는 것. 이것이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이다. ‘방관자 효과’라고도 부르는 이 현상은 지금부터 50여 년 전에도 사회적인 문제였다. 제노비스 신드롬의 시작은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키티 제노비스 살해사건에서 유래됐다.

▲ (출처/뉴욕타임즈 홈페이지)

1964년 3월 13일 새벽, 미국 뉴욕 퀸스 주택가에서 29세 여성 키티 제노비스는 성폭행 당한 뒤 무참히 살해됐다. 그녀는 여러 차례 칼에 찔리면서도 35분 동안이나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그녀가 살해당하던 곳의 이웃 주민들은 창문으로 상황을 지켜볼 뿐 어느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노비스를 도와줄 수 있는 이웃들이 옆에 있었지만 결국 그녀는 목숨을 잃게 됐다. 이 사건을 뉴욕 타임즈가 세상에 알리게 됐고 이로 인해 제노비스 신드롬이라 명명됐으며 ‘방관자 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됐다.

제노비스 신드롬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회심리학자 존 달리와 빕 라탄은 방관자 효과가 일어나는 이유로 ‘다원적 무지’와 ‘책임감 분산’ 제시했다. 다원적 무지는 해당 상황에 다른 사람들이 개입하지 않는 것을 보고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 오해하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인 책임감 분산은 상황의 모호성과 더불어 지켜보는 사람이 많으니,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도움을 주겠지’ 하는 심리적 요인 때문에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가리킨다.

달리와 라탄은 이에 대한 근거로 한 학생이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실험을 해봤다. 혼자 있을 때는 85퍼센트가 도움을 주는 반면, 두 명이 있을 땐 62퍼센트, 네 명이 있을 땐 31퍼센트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외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다가 뜻하지 않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방관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제노비스 신드롬은 개인의 이기심에서 생겨난 타인에 대한 무관심인 것이다.

이러한 방관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한 사마리아인 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타인이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을 인지했을 때 자신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타인을 위험해서 구조해줄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법은 일반인의 적극적인 구호 활동 참여를 유도하는 취지로 만들어 졌다.

누군가를 도와야 하는 것을 법으로까지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현실. 미디어를 통해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어난 사건사고를 접할 때마다 각박해진 사회를 탓하기보다 ‘내가 먼저!’라는 마음으로 타인에게 작은 관심과 배려를 둔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은 따뜻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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