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홈쇼핑을 보다보면 자주 나오는 “원래 30,000원인데, 오늘 초특가 29,000원에 드립니다”라는 표현. 이 설명을 듣다보면 왠지 모르게 “어머 저건 사야해”라는 생각이 들게 마련인데, 이는 이러한 가격 마케팅 정책에 숨어있는 한 심리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이를 ‘앵커링 효과’ 또는 ‘정박효과’라고 한다.

 

앵커링 효과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용어 설명이 필요하다. ‘앵커’는 배가 항구에 정박할 때 내리는 ‘닻’을 뜻한다. 닻이란 배를 한곳에 멈추어 있게 하기 위해 갈고리를 줄에 매어 물 밑바닥으로 가라앉히는 기구로, 이때 갈고리가 흙바닥에 박혀 배가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즉 앵커링 효과란 배가 어느 지점에 닻을 내리면 그 이상 움직이지 못하듯이, 인간의 사고가 처음에 제시된 하나의 이미지나 기억에 박혀 고정되어, 그 후의 판단까지도 영향을 받는 심리/행동 특성을 말한다.

쉽게 생각해 보자. 과연 앵커링 효과가 서두에서 제시한 가격정책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 걸까. “원래 30,000원인데 오늘 초특가 29,000원에 드립니다.”라는 표현에는 두 가지의 가격(이미지)이 제시되어 있다. 이때 앞서 제시된 30,000만원이라는 가격이 소비자로 하여금 하나의 이미지를 먼저 형성하게 한다. 그리고 이 30,000원이라는 가격이 닻이 되어, 사고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후에 제시되는 가격인 29,000원은 30,000원이라는 고정된 이미지에 비교되어 결국 소비자는 저렴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앵커링 효과는 그 효과가 커서 기업들이 자주 사용하는 가격 마케팅 수단이 된다. 앵커링 효과가 놀라운 점은, 만약 닻이 되어줄 앞선 이미지(높은 가격) 없이 단순히 29,000원으로 명시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싸게 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30,000원이라는 가격이 고정 이미지 즉, 닻이 되면 정확한 근거 없이도 29,000원이 싼 가격처럼 느껴지게 되는 점이다.

앵커링 효과는 비단 경제적인 상황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평소 언행과 상황에서도 작용하는데, 한 예로 질문을 던질 때 “저 가수 나이가 서른이 넘었지?”라고 서른이라는 이미지, 닻을 놓게 되면 대답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른 이상의 나이를 추정하게 된다. 또한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을 평가할 때 기존의 평가 또는 점수가 닻으로 작용해 이후의 평가를 할 때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를 비롯해 앵커링 효과는 법정에서, 가정에서, 직장에서 등 기존의 이미지가 후의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앵커링 효과는 선 제시 된 이미지가 얼마나 중용한지를 보여주는 심리 용어이다. 다시 말해 선입견이 후의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때문에 앵커링 효과는 기업이 활용하는 마케팅 수단임을 넘어, 우리가 빠지지 말아야 할 ‘사고의 방해 요소’이기도 하다. 우리의 사고가 닻이 내려진 배처럼 정박해 있게 된다면, 결국 편협한 사고로 빠져들게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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