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서울 고법 형사8부(이광만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자기 숙소에서 미군 이병이었던 B(19·여)씨에게 강제로 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전 미군 배속 한국인 사병(카투사) A(22)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10월 A씨가 소속되어 있는 사단 보충대에 B씨가 배속되어 전입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이들은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고 곧 키스와 성관계를 하는 사이로 관계가 발전했다.

사건은 당일 A씨의 숙소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벌어졌다. A씨는 B씨에게 키스를 하다가 진도를 더 나가고 싶다고 했고 B씨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A씨는 “그러면 강제로라도 해야겠다”며 B씨와 성관계를 했다.

▲ 서울고등법원(출처/홈페이지)

A씨는 성관계를 하는 도중, B씨에게 자신이 성폭행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B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A씨는 이에 성관계를 멈추고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다. 그러자 B씨는 A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용서한다, 이해한다”고 말하고 부대로 복귀했다.

하지만 A씨는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을 받게 되었다. A씨는 B씨에게 ‘내가 너를 강간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었고 수사기관에도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혐의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A씨는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다. 어떻게 이럴 수 가 있을까?

이는 강간의 구성요건인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력과 폭행’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간에 이르기 위해서는 그에 준하는 강제력이 있어야 하는데 A씨와 B씨의 성관계 사이에는 폭력과 폭행의 사실이 없었으며 B씨가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B씨는 스스로 옷을 벗었던 정황이 있어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했고 항소심에서는 이를 확정했다.

A씨는 B씨의 의사에 반하여 성관계를 했기 때문에 자신이 강간을 저질렀다고 ‘착각’을 했지만 단순히 동의가 없었을 뿐, 신체적, 정신적으로 강제력을 띄지 않았을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의거하여 죄가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몹쓸 짓을 한 경우가 될 수는 있을지언정 형법상 범죄에는 이르지 않은 것이다.

성 관련 범죄는 무죄판결이 나더라도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에게 깊은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범죄가 되든 되지 않든 상대방이 원치 않는 성관계나 행위라면 그 표현이 크든 작든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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