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인간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감정들 중 복합적이고 쉽사리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의 감정은 고대 시절부터 문학 작품이나 노래의 주제가 되며 지금도 유효하다. 이처럼 강력하고 복잡한 감정이기에 많은 심리학자들에게 연구의 대상이 됐다. 사랑에 관한 다양한 심리 중 최근 인간관계를 맺는 거에 서툰 현대인들에게 ‘사랑 증후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랑 증후군이란 아무런 구체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곧 헤어질 것이라는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바꾸며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증상이다. 혼자 사는 사람의 비율이 어느 시기보다 높고, 이혼율 또한 점점 높아지면서 현대 사회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관계 속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사랑 증후군’을 앓고 있다.

▲ (출처/픽사베이)

책 ‘남자는 왜 여자의 왼쪽에서 걸을까?’를 쓴 프랑스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필리프 튀르셰는 사랑과 사랑증후군의 차이에 설명했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감정이지만 사랑증후군은 애착이라는 심리 상태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계속 만들어지는 특징적 증상의 총체라고 정의했다.

애착 관계엔 친밀한 감정도 포함하지만 상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애정 상태를 지속시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사랑하는 두 남녀는 이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육체적으로 가까워질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좀 더 서로를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한다.

저자는 유럽과 북미의 21개 도시에서 광장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팔짱을 끼고 걷는 남녀 2만 쌍을 관찰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 했다. 신체적 접촉 없이 나란히 걷는 남녀를 관찰할 때, 그중 53%는 남성이 여성의 왼쪽에서 걷는다. 신체 접촉이 늘어날수록 여성의 왼쪽에서 걷는 남성의 비율은 더욱 늘어난다. 포옹하듯 감싸 안고 걷는 경우 무려 남자의 73.4%가 여자의 왼쪽에 선다.

남자가 여자의 왼쪽에 서게 되면 오른팔과 왼쪽 눈을 주로 사용하게 되고, 이들 기관을 관장하는 것은 통제, 계획화, 조직화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좌뇌다. 남자는 여자를 자신의 오른쪽에 둠으로써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이다. 반대로 예외 없이 항상 남자의 오른쪽에 서는 여자는 남자의 통제와 보호 아래 있고자 하는 것이다.

자연스런 사랑의 행위는 증후군의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변형된다. 그렇게 서로를 통제 속에 가두면서 남자와 여자는 더 이상 자유로운 사랑을 하지 못하게 되고 별 근거 없는 안정감을 느낀다. 그렇게 잘못된 안정감을 느끼며 뇌가 제시하는 관계의 통제를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관찰들을 통해 현대인의 대다수가 사랑에 빠져 행복해하기보다 사랑증후군으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모든 커플들이 사랑 증후군에 빠져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커플을 '보기 드문 커플'이라고 부르며 '보기 드문 커플'이 되기 위해서는 커플임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사랑 하도록 하고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것처럼 상대를 대하는 등의 생각을 갖도록 충고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사랑에 빠지는 일은 한순간일 수 있지만 그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것은 서로의 ‘노력과 배려’다. 관계가 나빠질까 미리 걱정하여 불안함을 갖는 대신 서로의 관계를 더욱 좋게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을 하는 것이 사랑 증후군을 극복하는 가장 큰 열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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