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인간 생활과 재난은 항상 공존해 왔습니다. 재난은 크게 최근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진을 비롯해 태풍과 쓰나미, 화산폭발이나 지구 온난화와 같은 자연적 재난과 테러, 전쟁, 전염병 등의 인간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재난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살아가는 것’에 대한 본능이 있는 인간은 이러한 재난과 재앙에 본능적으로 대처/대비를 하고 있으며, 이를 구체적으로 일상생활 중에서도 생존을 위한 대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후자와 같은 사람들을 ‘프레퍼족’이라고 칭합니다.

 

프레퍼족은 ‘재난‧재앙이 닥칠 것을 우려해 일상생활 중에도 생존을 위한 대비를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말’인데요. 다시 말 해 세상을 멸망시킬 재난이나 사고가 곧 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 위기를 대비해 생존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데 미국, 영국에서 종말론의 확산과 함께 경제 대공황이 전개되면서 1929년을 전후로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냉전시기였던 1950~60년대는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일부에서 대피시설을 짓거나 식량을 비축하기도 했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Y2K(밀레니엄버그)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많은 사람들이 비상식량과 비상용품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는 당시를 회상하자면 많은 컴퓨터 시스템들이 2000년의 숫자를 인식하지 못해 은행을 비롯한 많은 전자화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거나, 위성이 떨어지는 등의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후 2010년 전후로 등장한 신(新) 생존주의족인 ‘프레퍼’는 가까운 몇 년 동안 일어난 지진, 허리케인, 쓰나미 등 자연재해의 위협에 두려움을 느끼며 생겨났습니다. 또한 신종인플루엔자A(H1N1‧신종플루), 에볼라 출혈열 등 세계적으로 퍼진 치명적 바이러스의 위협, 테러 등도 프레퍼의 등장 원인 중 하나입니다.

국내의 경우 프레퍼족은 공장 폭발사고,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시내버스 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 도심 싱크홀 발생, 기차 추돌사고, 폭우로 인한 사상 등 각종 사건사고가 계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크게 증가했습니다. 국내 프레퍼족은 비상시에 대비해 비상식량, 구급약, 손전등, 생수, 방독면, 라이터, 나침반 등을 담은 생존팩(EDC)을 손이 닿기 쉬운 곳에 항상 준비해 둡니다. 평소에도 건물로 들어갈 때는 비상탈출 경로를 미리 확인하는 등 재난에 철저히 대비하며, SNS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사고 경험과 대처방법을 공유하고 새로운 재난대비 용품이 나오면 성능 검증을 거쳐 공동구매를 한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 경주 지진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자 프레퍼족 대열에 동참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는데, 이는 일본의 지진이나 동남아 쓰나미 참사가 ‘내게도 닥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급속히 확산된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개인이나 국가의 힘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위협들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면서 불안함을 느끼는 현대인이 늘어났고, 이에 스스로 미리 대비하자는 프레퍼족이 급속도로 늘어나게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진 이후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헬멧, 전투식량 등 비상용품과 ‘생존가방’ 주문이 급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전문가들이 프레퍼족의 심리 기저에는 믿음보다 불신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는 겁니다. 강진이 발생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매뉴얼 등으로 국가 비상대응의 체계에 불신이 생기고 이는 곧 나 스스로 살아갈 길을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안전에 대해 항상 주의하고 미리 준비하는 자세는 좋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도와주지 못하니 나 스스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생기는 프레퍼족의 증가에 대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반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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