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무언가 오류가 생겼을 때 사람마다 대처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잘못을 인지하고 바로잡으려는 사람. 상황이 두려워 회피하는 사람. 마지막으로 생각을 바꿔버리는 사람입니다.

혹시 이솝 우화에 나오는 신포도와 여우 이야기를 아시는지요? 어느 더운 여름날 더위에 지치고 배가 고파 힘겨운 여우는 포도밭에 몰래 숨어들어 갑니다. 먹음직하게 익은 포도송이가 눈에 들어온 여우는 어떻게든 거기 닿아보려고 발돋움도 해보고 훌쩍 뛰어도 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헛일이었지요.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서면서 여우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나 딸 테면 따라지, 저 포도는 시단 말이야”라고요.

▲ 출처 - pixabay

만약 오류를 인지한 포도를 따기 위해 무언가를 밟고 올라가거나 도구 등을 이용해 포도를 따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상황 자체를 그냥 회피해 버리는 사람도 생깁니다. 그러나 이 이솝우화 속 여우는 생각을 바꿔버리는 것을 선택한 겁니다. 포도 따기에 실패 했음에도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자신만의 합리화를 한 것이죠.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바꿔서 일이 잘못된 것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인지 부조화 원리’라고 합니다. 인지부조화 원리는 우리의 신념 간에 또는 신념과 실제로 보는 것 간에 불일치나 비일관성이 있을 때 생기는 것으로, 인지 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개인이 믿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 간의 차이가 불편하듯이 인지 간의 불일치가 불편하므로 사람들은 이 불일치를 제거하려 합니다.

인지부조화의 원리는 사회 곳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 미국. 당시 한 사이브 종교 교주는 자신이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는데, 조만간 큰 홍수가 닥칠 것이며 오로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신도들만 비행접시로 구출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믿은 사람들은 전 재산을 교주에게 맡기고 기도에 들어갔죠. 그리고 운명의 날. 교주의 말과는 전혀 달리 아주 맑은 날씨였죠. 상식적인 생각이라면 교주는 사기꾼 이라며 화를 내고 싸움이 나야하는 상황.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신도들은 믿음으로 인해 멸망의 문턱에서 구원을 받았다며 기쁜 마음으로 축제를 했습니다. 신도들의 이런 마음 변화. 바로 인지부조화라고 설명할 수 있죠.

또 하나의 사례. 1999년 휴거 사태가 있습니다.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면 세상이 망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하느님에게 기부한 자만이 천국으로 간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정치인, 기업가 등 유명한 사람들도 이 단체에 기부를 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이 되어도 천국에 가지 않고 현실에 있었죠. 당연한 행동이고 상황인데, 기도와 기부 때문에 망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 겁니다.

인지부조화의 원리. 상황에 따라 자칫 위험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맞지 않는 논리에 빠져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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