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지윤 에디터] 지난 9월 1일 지우마 호셰프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지우마 호셰프는 정부재정회계법 위반, 브라질의 재정 위기 등으로 인해 민심을 잃었고 지우마 호셰프가 권좌에서 물러남에 따라 브라질의 좌파 정권도 1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러한 브라질의 탄핵을 놓고 국제 사회에서는 ‘핑크타이드(Pink Tide)’의 종말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핑크타이드’란 1990년대 말부터 2014년도 11월까지 남미 12개국 가운데 파라과이와 콜롬비아를 제외한 10개국에서 온건한 사회주의를 내세운 중도 좌파가 정권을 장악한 현상을 빗댄 표현이다. 이런 물결을 두고 핑크 타이드라고 말하는 이유는 공산주의의 물결을 뜻하는 ‘레드 타이드(Red Tide)’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 사진출처/픽사베이

남미 국가들의 좌파 세력은 20세기 말에 국제사회를 강타한 외환위기 등으로 인하여 국민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으며, 핑크타이드는 지난 1999년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의 당선을 시작으로 브라질(2002), 아르헨티나(2003), 우루과이(2004) 등의 남미 국가로 퍼졌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전 대통령은 막대한 오일 머니를 통해 1999년에 50%에 달했던 베네수엘라의 빈곤율을 2012년에는 25%까지 떨어뜨렸으며, 중남미 국가들에게 석유를 지원하며 영향력을 확대했다.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남미 좌파 정부들은 지난 10년 동안 저소득층 지원, 소득 재분배 같은 복지를 내세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집권했다.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남미 국가들은 중국 특수에 힘입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 덕분에 이런 ‘퍼주기 식’ 경제 정책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핑크타이드는 2010년 이후 불어 닥친 석유 및 원자재 가격의 하락에 따른 경제 위기, 지도자들의 부패 등으로 인해 주춤하기 시작했다. 유가가 하락하자 석유대국인 베네수엘라는 곧장 직격타를 맞은 것이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평균 물가상승률은 197%였고 올해는 70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빈곤율은 73%를 기록하며 2012년 이후로 3년 만에 3배로 치솟았다.

이런 국가적 위기에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마음은 좌파 세력을 떠나고 있다. 차베스가 사망한 이후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라 정권은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우파에게 패배했고 올 9월에는 대규모 탄핵 시위까지 벌어졌다.

한편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이외에도 ‘경제 파국(破局)’을 맞이한 다른 핑크타이드 국가에서도 좌파 세력이 퇴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과테말라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미 모랄레스는 중도우파인 국민통합전선당에 소속되어있다. 또 11월, 아르헨티나에서는 우파 야당 출신인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한 무분별한 재분배 정책으로 인해 빈곤으로 내몰리고 몰락하고 있는 핑크타이드 국가들. 저성장, 고령화 현상 등으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에게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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