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남파간첩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 간첩활동 중인 등장인물이 무언가 알 수 없는 언어로 된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자신에게 내려진 지령을 전달 받는 것을 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볼 수 있었던 이 일. 사실 이 일은 실제 일어나는 일이며 이러한 방송을 난수방송이라고 한다.

 

‘난수방송’은 숫자나 문자, 단어 등의 나열을 조합한 ‘난수’를 이용해 특정 메시지를 송신하는 방송이다. 난수방송의 ‘난수’는 특정한 배열, 순서, 규칙적 의미를 갖지 않는 임의의 수를 배열한 것을 의미한다. 즉 말 그대로 난해한 수의 배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난수를 이용해 방송을 하는 것을 난수방송이라 하고 ‘암호방송’이라고도 불린다.

난수방송의 한 가지 방식의 예를 들어보자. 방송에서 “256145”라는 숫자가 흘러나왔다. 그러면 이 숫자를 전해 받은 수신자는 송신자와 사전에 정해놓은 한 책을 펴게 된다. 그리고는 서로 약속되어 있는 규칙대로 256145, ‘256쪽 14번째 줄의 5번째’ 글자를 해독하게 된다.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를 난수의 배열과 정해둔 책을 통해 결국 완성된 문장의 지령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나는 너에게 장미의 화원을 약속하지 않았다>라는 책을 바탕으로 간첩에게 지령을 전하는 난수방송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난수방송의 큰 특징은 암호와도 같은 ‘난수’를 사전에 서로 정해둔 집단이 아니라면 해독하기 난해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난수방송은 북한이 남파간첩에게 지령을 내릴 때 라디오 등 매체를 통해 이용되기도 하는데, 앞서 지난 7월15일 북한은 대남 라디오 방송을 통해 남파 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리는 난수방송을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16년만의 일이다.

그리고 통일부에 따르면 최근에는 지난 25일, 북한이 대외용 라디오 매체인 평양방송을 통해 이날 오전 0시15분(북한 시간 24일 밤 11시45분)부터 '21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 교육대학 기계공학 복습과제'라며 일정한 형식으로 네 다섯 자리 숫자를 읽는 식으로 난수방송을 했다. 이처럼 북한의 난수 방송이 다시 시작되고 차츰 그 횟수도 늘고 있는데, 올해 들어서만 벌써 7번째(한국 시간 9월25일 기준) 난수방송이다.

이렇듯 송신자와 수신자가 사전에 정해둔 난해한 수의 배열을 방송해 서로의 메시지를 확인하는 난수방송은 북한이 남파 간첩에게 지령전달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2000년 남북정상 회담이후 호전된 남북관계에 따라 난수 방송은 사라지는 듯 했으나 최근 다시 그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이 공작원들에게 실제 지령을 내리는 것이라는 의견과 그저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기만용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의 변화된 행동임은 분명한 만큼, 당국은 면밀히 북한을 주시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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