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지구과학 시간에 종종 들을 수 있었던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이 시기들을 거쳐 현 인류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Holocene)에 살고 있습니다. 현세(現世)나 충적세(沖積世)라고도 하며, 이는 1만 1700년 전 시작됐습니다.

지구의 역사는 약 26억 년. 그 중 지구 탄생 후 5억 7000만 년 전까지는 원생누대가 차지하는데, 이 원생누대를 포함한 선캄브리아대 이후 현재에 이르는 현생누대를 바로 ‘고생대·중생대·신생대’로 나눈 겁니다. 여기서 신생대는 66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로 현재 지구에 생존하는 많은 생물 대부분이 이때 출현했습니다.

▲ 출처 - 픽사베이(Pixabay)

고생대·중생대·신생대의 기(紀)는 시대를 대표하는 화석이 주로 나타나는 지역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고생대 캄브리아기는 영국 웨일즈의 라틴어 이름인 캄브리아(Cambria)에서 비롯됐고,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는 고대 켈트 족과 웨일즈 원주민 이름에서 각각 따왔습니다. 중생대 쥐라기는 프랑스와 스위스 사이의 쥐라 산맥에서, 백악기는 프랑스 에트르타 해안 등지에서 발견된 백악(chalk)이 포함된 지층에서 유래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0년부터 우리는 홀로세를 끝내고 새 지질시대인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 진입이 공식화 되고 있습니다. ‘인류세’는 크뤼천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용어로서,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인데요. 인류를 뜻하는 Anthropo와 시대 혹은 시기를 뜻하는 cene의 합성어입니다.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환경체계는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합니다. 시대 순으로는 신생대 제4기의 홍적세와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이자 현세인 충적세에 이은 겁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계의 정설은 아닌데요. 2004년 8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로사이언스 포럼에서 과학자들이 인류세 이론을 지지한 바 있으며, 2011년 들어 영국/미국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1950년 이후를 현세(現世·Holocene)와 구분되는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로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인류가 지구에 끼친 영향이 심대하다는 의미의 ‘인류세’는 방사성 낙진, 지구를 뒤덮은 플라스틱,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매연, 대규모 공장 사육이 낳은 닭뼈 등이 특징입니다.

한편 지난달 29일 영국 가디언은 35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인류세 워킹그룹(AWG)’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국제지질학회 회의에서 “지구가 새로운 지질연대인 ‘인류세’에 접어들었음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의 인류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면서 어려움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인류세는 환경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를 가리키는 것이죠. 인류로 인해 빚어진 시대이기 때문에 인류라는 말이 붙은 겁니다. 인류세의 진입, 인간에게 또 다른 시작일까요? 재앙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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