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전 세계 88개국 약 2,000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2014년 매출 197억달러(약 22조원)를 기록한 패션계의 대표 브랜드 ‘자라(ZARA)’.

이런 자라의 엄청난 성공의 중심에는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가 있다.

▲ 아만시오 오르테가 (출처/자라 홈페이지)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1936년 스페인 레온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철도원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13세가 되던 1949년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고 갈리시아 지방 라코루냐 시내에 위치한 ‘갈라(Gala)’라는 양품점에서 잔심부름꾼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는 투철한 책임감과 고객정신으로 갈라에서 인정을 받아 불과 16세의 나이에 지점 매니저로 승진했다. 그는 이 가게에서 훗날 자신의 경영철학이 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17세가 되던 해 더 큰 규모의 양품점인 ‘라마하(La Maja)’로 이직을 했고 이곳에서도 품질개선에 힘써 얼마 지나지 않아 점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이곳에 취직한 라살리아 메라(Rosalia Mera)를 만나 2년 뒤에 결혼에 성공하게 된다.

그는 이곳에서 사업의 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라마하의 사장에게 가게의 옷감을 자신의 형수인 프리미티바 오르테가에게 공급하여 의류를 직접 제작, 판매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미 신뢰가 두텁게 쌓인 사장은 흔쾌히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의류들은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게 되었고 이때부터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의류 제작을 지속적으로 맡게 되었으며 이곳에서 원단 공급업체와 쌓은 신뢰 관계는 훗날 자신이 사업을 시작 할 때 원단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는 1963년부터 자신의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라코루냐 시내에 ‘고아 콘벡시오네스’라는 상점을 오픈하여 당시 스페인에서 유행하던 ‘퀼티드 드레스(Quilted Dress)’를 제작해 판매했다.

드레스는 날개 돋힌 듯 팔렸고 오르테가는 여기서 얻은 수입으로 더 넓은 작업실을 얻었으며 드레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류를 제작해 중간 상인이나 소매업체에 납품하였다.

그는 원단을 구하기 위해 먼 나라로 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여러 패션쇼에 참관하여 얻은 아이디어를 합리적인 가격대에 맞춰 디자인했다.

의상을 제작하는 것으로 큰 이익을 보았던 오르테가는 직접 판매까지 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1975년 라코루냐 지역에 첫 번째 소매상점을 열게 된다. 이 소매점이 바로 ‘자라’다.

▲ 첫번째 자라 매장(출처/자라 홈페이지)

자라라는 이름은 처음에는 ‘조르바(ZORBA)’였다. 이 이름은 그가 푹 빠져 있던 그리스 영화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에서 따 온 것이었는데 매장 근처에 이미 이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술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알파벳 ‘O’와 ‘B’를 빼고 ‘A’를 더해 ‘자라(Zara)’로 변경하였다.

초창기의 자라는 고급브랜드의 디자인을 차용하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상품을 제공했지만 새로운 브랜드로서 치고 나갈 수 있는 세일즈 포인트가 딱히 없었다.

이에 오르테가는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고 결국 얻어낸 결론은 리드타임(Lead Time, 기획부터 제품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여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출시하자는 것이었다. 

소비자의 취향, 구매 패턴을 빠르게 파악하여 최단시간 내에 판매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시 각 브랜드 들은 연간 2~ 3번 정도의 컬렉션을 생산했고 이 컬렉션들은 항상 고객의 요구를 ‘예측’하여 기획되었다. 때문에 실패하는 컬렉션도 많아 위험부담이 컸다. 오르테가는 이런 예측의 불확실성을 리드타임을 줄여 최소화 시키려 했다.

▲ 자라 매장 (출처/자라 홈페이지)

소비자가 원하는 트랜드를 최대한 빠르게 반영한 의류를 제작하여 제공하는 ‘패스트 패션’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리드타임을 줄이기 위해 생산과 유통까지 직접 관할하였고 빠른 정보 처리 시스템을 위해 물류 시스템을 전산화 하였다.

이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어갔고 자라는 스페인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하여 1980년대 말까지 스페인 전역에 80여 개의 자라 매장을 오픈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가장 빠르게 공급하라

또한 1985년에는 고아 콘벡시오네스를 재정비해 지주회사인 ‘인디텍스’를 설립했고 인디텍스사는 자라 매장의 제품을 2주단위로 정해 신제품을 업데이트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다른 브랜드는 연간 2~3번, 대략 6개월 정도 걸리는 리드타임을 자라는 2주로 줄여버린 것이다.

▲ 인디텍스 본사(출처/인디텍스 홈페이지)

1988년 자라는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스페인의 주변국으로 세를 넓혀 갔으며 1989년에는 패션 중심지인 미국 뉴욕에, 1990년에는 패션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파리에 자라 매장을 열었다.

“유행을 만들지 않고 유행을 따라간다

자라는 유행에 민감한 유럽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2000년대까지 유럽에만 400여개의 매장을 오픈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자라는 2014년 기준, 전세계 88여 개국에 2천 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게 되었으며 스페인 자국 시장에 34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는 2008년 인디텍스사(80% 지분)가 롯데 쇼핑(20% 지분)과 합작으로 설립한 자라 ‘리테일 코리아(Zara Retail Korea)’에 의해 유통되기 시작했으며 2013년에는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사인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선정하는 ‘글로벌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 100)’에서 패션 브랜드 분야 1위에 오르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 자라 매장 (출처/위키피디아)

또한 오르테가는 이렇게 성장한 인디텍스 그룹의 지분의 59%를 소유하면서 2015년 12월 6일 블룸버그통신이 공개한 세계 억만장자 재산 순위에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에 이어 775억달러(약 88조원)의 재산으로 2위를 차지했다.

▲ 아만시오 오르테가(출처/자라 홈페이지)

"한 번도 사무실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의 일은 서류 작업이 아니라 현장이다

가난한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나 소비자의 니즈를 빠르게 충족시켜야 한다는 단 하나의 이치를 깨닫고 이를 실천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돈이 많은 부호가 된 아만시오 오르테가. 그는 사업의 본질을 깨닫는다면 자수성가의 극치가 어디까지 인가를 보여주는 최고의 사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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