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용기를 낸다’ 혹은 ‘자리를 피한다’. 누군가 내 눈앞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할까? 범죄현장 앞 이러한 갈등에서 전자인 ‘용기를 낸다’라고 답을 내리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자칫 나 역시 해를 입지 않을까하는 노파심에서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한 사건의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용기’를 선택하는 일이 더욱 망설여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림픽의 열기로 뜨거웠던 지난 13일 토요일 밤, 40대 남성 A씨는 공공장소인 버스 정류장에서 낯 뜨거운 ‘음란행위’를 하고 있었다. 이 때 지나가던 30대 남성 B씨가 이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B씨는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나아가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음란행위를 하고 있던 남성을 저지하려 다가갔다. 그러자 A씨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에 B씨 검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추격하기 시작했다.

▲ '과잉제압', '정당방위'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사진/영화'추격자'스틸컷]

A씨와 B씨의 추격전이 100미터 정도 이어졌을 때였다. 급히 달아나던 A씨는 전봇대에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A씨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나 도망을 치려했으나, B씨와 주변을 지나던 행인들에 의해 제압당했다. B씨는 A씨가 또다시 달아날 것을 우려해 엎드린 A씨 위에 올라탔고 행인들 역시 B씨를 도와 다리를 붙잡고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잠시 뒤 경찰이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한 경찰이 음란행위 혐의자인 A씨에게 수갑을 채워 일으켜 세우려 하는 순간, 돌연 A씨가 쓰러졌다. 긴급히 구급차를 불러 A씨를 병원으로 옮기려 했으나 A씨는 결국 이송 중 숨지고 말았다.

현재까지 추격 중 특이사항은 도주하던 A씨가 전봇대에 부딪혔다는 점 말고는 없으며, 숨진 A씨에게서도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때문에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는 “정밀검사를 해야 하는 터라 부검 결과가 최소 일주일 정도 걸린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조사 결과 만약 A씨의 사망 원인이 ‘시민들의 진압’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면, 검거를 위해 용기를 낸 B씨와 행인들이 입건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사망자의 죽음도 안타깝다. 하지만 범죄 행위를 저지하고 추가 범행을 막기 위한 시민 정신이 ‘과잉 진압’으로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범죄 현장에 도움을 주기 위해 용기를 냈다가 오히려 가해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때문에 이러한 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냥 모른 척 하는 것이 낫다”라는 냉소적인 의견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실제 범죄자에 대한 진압과정에서 ‘과잉진압’으로 처벌 받은 사례도 있다. 2014년, 한 청년이 집에 강도가 들어 세탁 건조대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강도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에 청년은 ‘과잉진압’으로 실형을 받게 되었다. 즉 자신의 재산과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 한 행위가 과잉진압의 논리아래 역으로 ‘범죄’가 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정당방위’의 범위가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다.

범죄의 현장에서 ‘용기를 낸다’ 혹은 ‘자리를 피한다’ 이 두 가지의 갈등 중 ‘용기’를 택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전부가 아니다. ‘내 행위가 어디까지 정당방위일까?, ’혹시 과잉진압으로 형사적인 처벌이 가해지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범죄자에 대한 과잉진압 논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범죄에 대해 용기를 발휘하는 의지를 꺾고 있지는 않은지’, 또한 ‘자신의 안위와 재산을 지키려 한일이 범죄가 되는 억울한 상황이 생기지는 않는지’ 우리 사회가 함께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많은 사람이 정의를 위한 일에 냉소적인 마음을 갖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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